1980년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 주민들은 후작부인 소유의 담배농장에 의지해 살아가지만 실은 고립된 지역에서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중이다. 순박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후작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와 은밀한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탄크레디는 라짜로에게 가짜 납치극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돕던 라짜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후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며 마을은 해체되고 사람들은 도시로 옮겨 살게 된다. 십수년 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라짜로의 존재조차 희미해질 무렵 라짜로가 나이를 하나도 먹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더 원더스>(2014)를 통해 이탈리아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신작. 이탈리아의 사회문제를 통찰한 뒤 이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소화해온 알리체 로르바케르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방식으로 본인만의 마술적 리얼리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시간여행이란 소재 자체는 다분히 동화적이지만 기반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냉철하게 포착하는 리얼리즘의 흐름 아래 놓여 있다. 고립된 담배농장은 이탈리아가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역사적 아픔을 짚어내고 있으며 이후 순수한 라짜로의 존재를 통해 이들이 도시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무엇을 빼앗겼는지, 공동체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