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해피엔드> '척'하고 사는 게 우리뿐이야?
2019-06-19
글 : 임수연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는 제목을 배반한다. <퍼니 게임>(1997)이 즐겁지 않고 <아무르>(2012)가 사랑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그의 신작 <해피엔드>에는 행복한 순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르>와 동일한 이름으로 <해피엔드>에도 등장하는 조르주(장 루이 트랭티냥)는 전작과 이 영화의 노골적인 연결고리다. 조르주는 죽음을 열망하며 몇번이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치매 환자다. 그의 아들인 외과의사 토마스(마티외 카소비츠)는 항우울제 과다 복용으로 쓰러진 전 부인을 대신해 어린 딸 에브(팡틴 아흐뒤엥)를 보살피기 위해 그를 로랑가로 데려온다. 무능력한 아들 피에르(프란츠 로고스키)에게 차기 CEO 자리를 강요하며 부담을 주는 건설회사 CEO 앤(이자벨 위페르)을 비롯해, 에브가 목격하는 것은 모든 이의 위선이다. 뜻밖에 꽃피는 것은 최고령자와 최연소자, 휠체어에 갇혀 죽음에 가닿고픈 욕망도 이루지 못하는 조르주와 은밀한 비밀을 가진 에브의 연대인데, 이 관계는 섬뜩한 고백과 논쟁적인 엔딩으로 귀결된다. 장시간 피사체의 움직임을 관전하며 지독한 리얼리즘을 꾀하던 하네케의 카메라는 유튜브나 SNS, 채팅 문화 등 감독의 세계에 새로이 등장한 매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비추고 있다. 새 시대의 기술에 어떤 호기심을 비치지도, 날선 칼을 들이대지도 않고 그저 차갑게 응시하는 것은 하네케 영화의 흥미로운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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