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여성들의 실화 바탕 영화 5편
2019-06-20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개봉 전부터 홍보 문구로 한차례 논란을 빚었다. 영화는 성평등으로 가는 지름길을 터준 위대한 여성의 이야기인데 반해, SNS에 공개된 홍보 문구는 황당하게도 여성의 패션과 겉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 시대착오적인 사태로 먼저 영화를 접했지만,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지나치기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유의미한 이야기가 아쉽다. 여성 주인공 영화의 파이가 조금씩 커져가는 요즘, 실존했던 위대한 여성들을 담은 영화 다섯 편을 추렸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성차별이 합법이던 시대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모델이 된 긴즈버그의 다큐멘터리가 먼저 올해 3월 개봉됐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합법적인 성차별을 지성으로 맞서 바꾼 역사를 쓴 여성이다. 그녀가 반대한 것은 이러했다. "남성만 입학할 수 있는 군사학교에 여성의 입학을 허가하는 것", "기혼 남성이 받는 주택 수당을 기혼 여성도 받게 하는 것",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지급할 것", "편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을 편부에게도 지급할 것" 등.

긴즈버그는 1950년대 하버드 로스쿨에 다닌 2%의 여성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남성들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말을 들으며 도서관 출입을 저지당했고, 로스쿨 수석 졸업 뒤에도 남성 중심의 법조계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단지 그녀가 어머니이자 유대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그녀가 역사상 두 번째 미국의 여성 대법관이 되기까지, 기록적인 사건들을 되짚는 이 다큐멘터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아이콘이 된 RBG('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약자)의 현재의 자리까지 조명한다.

히든 피겨스

-NASA의 유리천장을 부순 그녀들

인종차별이 만연한 1960년대의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히든 피겨스>는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세 흑인 여성 직원의 위대한 궤적을 그린다. 이들은 학위를 몇 개씩 보유한 수재였다. 그러나 이 능력 있는 여성들의 자리는 언제나 꼬리 칸. 더 가치 있는 일을 꿈꿀 수조차 없었다. 그뿐이랴, 'colored(유색인종)'라고 적힌 화장실을, 커피포트를, 버스 좌석을 이용해야 했던 것은 물론, 공들인 보고서에 제 이름 하나 쓸 수 없었다.

세 여성은 공기처럼 마주쳐야 했던 차별을 오로지 능력으로 극복해 최초가 된 사람들이다. 우주 궤도의 복잡한 수식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풀어낸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같은 처지의 동료 수십 명과 IBM 컴퓨터 전담팀을 꾸린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흑인 여성 최초의 엔지니어가 된 메리 잭슨(자넬 모네)까지. 이들의 공로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달 표면의 깃발을 성조기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에린 브로코비치

-거대 기업을 이긴 불굴의 싱글맘

미인 대회 출신에 똑똑하기까지 한 에린(줄리아 로버츠)의 인생은 그녀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렀다. 두 차례의 이혼을 한 그녀는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벌이까지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세월 동안 경력이 있을 리 만무했고, 그녀는 겨우 변호사 사무실에 작은 자리 하나를 얻었다. 사나운 말씨와 단정치 못한 옷차림 때문에 눈총을 받는 와중에도 그녀가 믿는 단 하나는 제 자신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은 서류 정리 중 우연히 발견한 사건으로 송두리째 바뀐다.

대기업 PG&E 공장에서 유출된 유독 물질로 마을 사람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 집요한 조사 끝에 정황은 진실로 드러나고, 그녀는 거대 기업과의 분쟁에 뛰어든다. 어쩌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법정 싸움에 먼저 지치는 쪽은 기업이 아닌 주민들이다. 하지만 에린은 정의로 싸운 과거들에 지칠 대로 지친 변호사 에드(앨버트 피니)의 신념의 불씨를 지펴 기나긴 소송을 승리로 이끈다.

더 포스트

-최초 여성 발행인의 위대한 결정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는 근래 가장 뛰어난 저널리즘 영화였다. 영화는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한 정치 스캔들을 기점으로 한다. 1971년 1등 신문사 '뉴욕 타임스'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 임기 30년 동안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은폐해 온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경쟁지이자 2등 신문사인 '워싱턴 포스트'는 비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걸고 취재에 나선다.

마침내 4천 장에 이르는 페이퍼를 손에 쥔 이들에게 남은 것은 보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선택뿐.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국민의 알 권리와 신문사의 안위를 놓고 중대한 고민에 빠진다. 과거든 현재든, 여성 고위직책자에게 여전한 한계의 시선이 있다.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조차 주저하던 캐서린이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며 끝내 지켜낸 가치는 여러 면에서 위대한 결정이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스포츠 역사상 전례 없는 남녀 빅 매치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단식 12회, 여자 복식 16회, 혼합 복식 11회 우승한 테니스 선수. 미국 여자 테니스의 전설이라 불린 빌리 진 킹의 기록이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그녀가 참여한 무수한 경기들 가운데 역사상 전례 없는 남녀 성대결을 벌인 바비 릭스와의 빅 매치를 그린다. 1970년대 당시 남자 테니스와 여자 테니스의 우승 상금은 확연하게 달랐고, 여성 테니스 선수들에겐 언제나 외모 평가가 동반됐다.

이에 빌리 진 킹(엠마 스톤)은 테니스 협회를 탈퇴해 여자들만의 대회를 개최했고, 미국 사회에 불기 시작한 여성의 물결이 거북했던 한 남자가 도전장을 내민다. 은퇴한 테니스 선수인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는 남녀 성대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터무니없는 제안을 결국 수락한 빌리 진 킹에게 이 대결은 단순히 성별의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었다. 여성 스포츠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우월주의자들의 입을 닫게 할 기회였다. 막중한 부담감을 진 심리적 압박과도 싸워야 했던 빌리 진 킹의 승리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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