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브랜드 해밀턴(Hamilton)이 지난 6월 13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과의 콜라보레이션과 1932년부터 이어져온 해밀턴과 할리우드의 관계를 소개하기 위한 ‘AT THE HEART OF CINEMA’(영화계의 심장부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해밀턴 시계가 최초로 영화에 등장했던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 마를레네 디트리히 주연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부터 벤츄라(Ventura) 시계를 가장 먼저 널리 알렸던 엘비스 프레슬리 주연 <블루 하와이>(1961)를 비롯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7), <진주만>(2001),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등 최근에 이르기까지 주요 할리우드영화에 등장한 해밀턴의 시계들을 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최근 개봉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과의 파트너십을 기념해 영화 시사회까지 열렸다. 그렇게 해밀턴 시계는 80여년 동안 ‘영화계의 심장부에서’ 활약해왔다. 배우 남궁민, 엄지원, 이청아, 김지석 등 유명 배우들도 직접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영화는 바로 <맨 인 블랙> 시리즈다. 그 유명한 벤츄라 시계는 1997년 <맨 인 블랙> 1편부터 블랙 슈트와 함께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까지 모든 시리즈에 모습을 드러내며 <맨 인 블랙>의 중요한 상징이 됐다. 이번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서는 MIB 본부에도 변화가 요구되면서 신입요원 에이전트 M(테사 톰슨)이 영입되고 MIB 에이스 요원 에이전트 H(크리스 헴스워스)가 듀오로 결성된다.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에이전트 M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 블랙 가죽 스트랩으로 완성된 대담한 벤츄라 쿼츠를 착용한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주연배우는 바뀌었어도 시계는 바뀌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MIB 내부의 스파이를 찾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미션이 주어진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전기 배터리 구동 시계로 출시된 벤츄라는 이른바 ‘엘비스 시계’라 불릴 정도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랑한 시계로 가장 먼저 유명세를 얻었다. 개성 넘치는 비대칭 삼각형 모양은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벤츄라뿐만 아니라 <상하이 익스프레스>에 등장했던 진품 시계부터 앞서 언급한 수많은 영화 속 시계들이 선보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디스커버리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차고 있던 시계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만든 것인데, 이후 해밀턴에서 2006년에 오리지널 영화를 재해석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단 2001개만 제작하기도 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큰 영감을 얻은 영화이기도 한 <인터스텔라>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선 크롤리가 두 영화로부터의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기도 하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매커너헤이)가 떠나기 전 어린 딸 머피(매켄지 포이)에게 건넨 시계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요청으로 특별 제작한 시계인데(놀란 감독의 요청은 쿠퍼의 ‘개척자 정신’을 담아내는 시계였다고 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머피(The Murph) 시계’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나중에 쿠퍼가 시계 초침을 통해 모스부호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머피 시계는 단순한 소품이나 액세서리가 아니라 극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네이선 크롤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오직 한편의 영화만을 위해 만들어진 시계였기에, 판매용 시계를 문의하는 팬들이 많았다. 결국 해밀턴은 심사숙고 끝에 ‘카키 컬렉션’을 통해 ‘카키 필드 머피’(Khaki Field Murph)를 출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바로 그 초침에 ‘유레카’라는 뜻의 모스부호를 프린트했는데, 유레카는 성인이 된 머피(제시카 채스테인)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수식을 풀었을 때 외치는 대사다.
그외에도 전시에는 <진주만>(2001)에서 래프 맥콜레이(벤 애플렉)와 대니 워커(조시 하트넷) 대위가 차던 군용 시계,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지구로 귀환할 때 함께했던 시계도 볼 수 있었다. <마션> 당시 제작 컨셉은 바로 ‘진실한 동반자’였다. 전시에 이어 시사회 전 열린 프레스 행사에서 해밀턴 측은 “해밀턴은 PPL을 위해 제작사에 먼저 접촉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직접 영화사에서 영화에 맞는 시계를 제작해달라는 제의가 온다”며 “할리우드 내 상주 직원을 두고 영화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영화에 필요한 시계를 무상으로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해밀턴의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치 그룹 소속 시계 브랜드 해밀턴은 1932년부터 지난 80년 동안 무려 500여편의 영화와 함께했으며, 다른 일반적인 영화제 시상식과는 조금 달리 영화 제작 현장의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촬영감독, 프로듀서, 작가, 작곡가, 의상 디자이너, 편집자 등 각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대표적인 영화인을 기리는 시상식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Hamilton Behind the Camera Awards, BTCA) 또한 10년째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