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사랑과 도박에 중독된 엘라
2019-06-26
글 : 송경원

엘라(스테이시 마틴)는 심심할 정도로 성실하고 무던한 성격의 여인이다.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그녀는 어느 날 물건을 배달하러 온 아벨(타하르 라힘)을 만나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빨려들 듯이 함께한다. 매사 즉흥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아벨은 엘라를 파리의 지하세계로 이끈다. 평범해 보였던 골목의 이면에 마법처럼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처음엔 낯선 세계를 두려워하던 엘라였지만 아벨과 함께 파리의 불법 도박판에서 마치 몸을 불태우듯 열정적으로 향락과 자극을 즐긴다. 단순한 내기에서 시작된 일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사랑과 도박에 중독된 엘라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막다른 길로 치달아간다.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자극에 몸을 맡긴 여인의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다. 전반부의 빠른 호흡과 편집은 이들의 여정에 동참한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치솟게 할 만큼 자극적이다. 마리 몽주 감독은 장편 데뷔작이라 믿기 힘들 만큼 감각적인 연출과 원색의 화면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정열을 고스란히 형상화한다. 얼핏 사랑, 도박, 중독, 파국으로 이어지는 관습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한겹 벗겨보면 새로운 것들이 발견된다. 영화는 엘라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성장담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엘라가 상황의 주도권을 쟁취하는 순간이 짜릿하게 그려진다. 타하르 라힘의 동물적인 연기와 순수와 관능을 넘나드는 스테이시 마틴의 눈빛은 관객마저 중독시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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