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제목 낚시 영화들
2019-06-26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매주 여러 신작들이 개봉하는 극장가. 기대를 안고 개봉 예정작들을 살피다 보면 의문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다. 바로 유명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영화들이다. 상세 정보를 클릭해보면 이내 깨닫게 된다. 속았구나.

6월에도 이런 낚시성 제목의 영화들이 개봉 리스트에 올랐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연작 같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드림하우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 속편 같은 <블랙스완: 흑화>다. 그러나 두 영화의 원제는 각각 <The Terrible Two>, <Fantasma>. 국내로 수입되며 홍보를 위해 제목이 비슷한 콘셉트의 유명 영화처럼 변경된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극장에서는 실제로 상영하지 않고 VOD 시장으로 직행한다. 이처럼 제목으로 낚시를 유도했던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유명한 사례를 알아봤다. 국내로 수입되며 제목이 변경된 영화도, 혹은 원제 자체가 낚시성인 것들도 있다.

<와사비: 레옹파트2> (원제 <Wasabi>)

제목 낚시로 가장 잘 알려진 영화는 <와사비: 레옹파트2>(원제 <Wasabi>, 이하 <와사비>)일 듯하다.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꼽히며 큰 사랑을 받았던 뤽 베송 감독의 <레옹>(1994). <와사비>는 그 주역이었던 장 르노와 <철도원>, <비밀>로 스타덤에 오른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은 프랑스, 일본 합작의 코미디 액션 영화다. 장 르노가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레옹>과 어떤 접점도 없다. 감독 역시 뤽 베송이 아니며, 킬러로 등장했던 장 르노는 <와사비>에서는 반대로 형사다.

그러나 국내에 수입되며 <레옹>의 후광을 입으려는 의도로 제목에 ‘레옹 파트2’가 추가, 포스터에는 ‘레옹이 다시 돌아온다!’라는 노골적인 문구까지 사용됐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는 당연히 통하지 않았을 얄팍한 수지만, 개봉 당시였던 2003년에는 많은 이들이 제목과 포스터에 낚여 극장으로 향했다. 이에 분개한 관객들은 수입사 홈페이지에 “원제로 변경하라”는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마션 인베이션> (원제 <2036 Origin Unknown>)

<인터스텔라: 우주 전쟁> (원제 <Interstellar Wars>)

<파라노말 시그널>(원제 <Trace>), <컨저링 하우스>(원제 <Vacant House>) 등 특히 공포영화에서 낚시 제목을 빈번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도입에 소개한 작품들도 이에 포함되니, 유명 SF 영화들을 이용한 사례들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을 제목에 붙인 <마션 인베이션>(원제 <2036 Origin Unknown>). 당연히 <마션>과 아무런 접점이 없다. 화성을 배경으로 했지만(그것도 화성을 탐사 중인 우주선 내부가 배경) 영화는 주인공 매켄지가 자신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에 맞서는 이야기다.

다음은 <인터스텔라: 우주 전쟁>(원제 <Interstellar Wars>)이다. 원제에도 ‘인터스텔라’가 들어간, 아예 제작사 자체가 낚시를 노린 경우다. 다만 원제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행성 간의 전쟁’ 정도가 되지만, 인터스텔라라는 글자를 놓칠 국내 수입사가 아니다. 결국 영어와 국어가 모두 섞인 제목을 뽑아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 상공에 나타난 UFO가 사람들을 좀비로 변하게 만들고, 인류가 이에 맞서는 막장스러운 내용이다. 포스터도 <인디펜던스 데이>(1996)과 유사하다.

<에일리언 2020> (원제 <Pitch Black>)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며, 국내에서는 외계인 소재 영화라면 에이리언 혹은 에일리언이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제목에 들어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빈 디젤 주연의 <에일리언 2020>(원제 <Pitch Black>). 빈 디젤이 액션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데 크게 공헌한 <리딕>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다. 프랜차이즈로 거듭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인 만큼, 국내에서의 제목 변경이 더욱 지탄을 받는 사례다. 영화는 이송되던 죄수 리딕(빈 디젤)이 정체 모를 행성에 갇히며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다.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 <리딕>은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일리언 2020>과 유사한 사례로는 <보디 에일리언>(원제 <Body Snatchers>), <에일리언: 지구 침공의 날>(원제 <By Dawn>) 등이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을 계승하는 영화는 동일한 제목 뒤에 4까지의 숫자가 붙은 오리지널 4부작과 프리퀄 시리즈인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 여섯 편이 전부다. (<에이리언vs프레데터> 시리즈는 내용이 이어지진 않지만 정식으로 저작권 허가를 받은 스핀오프격 영화다)

이름만 <옹박> 영화들

<에이리언> 못지않게 홍보의 희생양(?)이 된 영화가 있다. 토니 자를 단번에 액션 스타로 부상시킨 태국 영화 <옹박: 무에타이의 후예>(이하 <옹박>)다. CG, 와이어, 대역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옹박>은 현실적인 액션으로 현지에서는 물론, 국내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크게 성공했다. 이후 수입된 유사한 콘셉트의 영화에는 빠짐없이 옹박이란 단어가 들어갔다. 마치 정식 후속편 같은 <옹박: 두 번째 미션>(원제 <Tom yum goong>), <옹박 3: 보디가드>(원제 <The Bodyguard>),<옹박4: 리얼 액션 마스터>(원제 <Rebirth>)는 사실 <옹박>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들이다.

대신 토니 자가 직접 주연과 감독을 겸한 <옹박: 더 레전드>(원제 <Ong Bak 2>), <옹박: 마지막 미션>(원제 <Ong Bak 3>)가 정식 후속편이다. 다만 두 영화 역시 <옹박>과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아예 시간대가 다르다) 이외에도 제목에 옹박이 들어간 영화는 무려 여덟 편. 원제에 옹박이 들어간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으며, 내용 역시 전혀 무관하다. 앞서 언급한 모든 가짜 <옹박> 영화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홍보 문구에 ‘리얼액션’이라는 단어를 넣기도 했다.

어사일럼의 목버스터들

제작 단계부터 대놓고 유명 영화를 베끼는 일명 목(Mock)버스터 영화들도 있다. ‘어사일럼’은 이런 목버스터 영화들을 대량 생산하는 제작사다. 스토리, 포스터, 제목 등 거의 모든 것을 가져와 낚시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그 사례도 간략히 언급한다. 제목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트랜스모퍼>, <올마이티 토르>. 어떤 영화를 벤치마킹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킹 오브 더 로스트 월드> 포스터에는 아예 “<킹콩>과 <쥬라기 공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뻔뻔스럽게 적혀있다.

<다빈치 코드>를 따라 한 <다빈치 트레져>, 오리지널 시리즈도 아닌 스핀오프격 시리즈를 베낀 <에어리언 vs 헌터>도 웃음을 자아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2라는 글자를 당연한 듯 붙인 <타이타닉 2>(원제도 동일하다). 심지어 <타이타닉 2> 포스터에는 남녀 주인공의 이름 위치도 바뀌어 있다.

어사일럼과 국내 수입사의 ‘환장의 콜라보’도 있다. 앞서 언급한 어사일럼 영화들은 제목부터 낚시를 했지만 <월드 워 좀비>(원제 <Zombie Apocalypse>)와 <혹성탈출: 자이언트 몽키>(원제 )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수입사는 홍보를 위해 각각 <월드워Z>와 <혹성탈출> 시리즈가 연상되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월드 워 좀비>는 양심 상 원제를 포스터에 삽입했지만 <혹성탈출: 자이언트 몽키>는 이마저도 없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야수>의 원제는 <Sleeping Beauty>. 그러나 국내판에는 포스터에 괴수까지 추가하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미녀와 야수>를 결합한 듯한 괴상한 제목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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