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국제영화제(이하 상하이영화제)가 개막하는 날인 6월 15일 전날 밤, 영화제측은 다음날 개막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팔백>이 기술적인 문제로 상영이 취소됐다는 긴급 발표를 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중국을 대표하는 상하이영화제에서 개막식 전날 개막작이 취소되는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출품사인 중국 화이브러더스 CEO 왕중레이는 발표자로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팔백>이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정식 개봉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개봉일이 확정되고 홍보 마케팅을 시작했으나 상영 직전에 취소된 사례는 여럿 있었다. <정성2>는 주연배우인 우시우보의 스캔들로 일주일 전에 개봉이 취소됐는가 하면 심의와 검열 문제로 개봉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는 보통 ‘기술적인 문제’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되곤 했었다. 영화 <팔백>은 1937년 항일전쟁 중 가장 큰 격전지였던 상하이전투에서 국민혁명군 제88사524단의 800용사가 사흘 밤낮을 일본군에 맞서 싸워 승리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팔백>을 연출한 관호 감독은 1968년생으로 1992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2015년 연출한 펑샤오강 주연의 <노포아(Mr. Six)>로 9억위안(1500억원)의 흥행 기록을 세워 상업성까지 입증했다. 그의 새 작품인 <팔백>을 향한 중국 관객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갑작스런 상영 취소 소식으로 온라인에서 순식간에 여론이 집중한 가운데 중국의 대표 감독인 지아장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검푸른 하늘에 뜬 달 사진과 함께 “영화사업,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고 이를 본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과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3.5만회 리포스트, 6.6만번 좋아요를 받은 지아장커의 글에 달린 2518개의 댓글은 ‘플랫폼 정책 관리’라는 이유로 다음날 블럭 처리돼 더이상 댓글을 볼 수 없다.
<팔백> 상영이 취소됐음에도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예정대로 레드카펫으로 관객을 만났다. 큰 사건을 남기며 개막한 상하이영화제에 모인 영화인들은 중국의 검열 정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는 창작에의 열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