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갤버스턴> 19살 소녀와 40살 중년 남자의 로드무비
2019-07-03
글 : 임수연

1988년 뉴올리언스, 암 진단을 받고 미래 없이 살고 있는 로이(벤 포스터)는 과거 함께 일했던 보스로부터 임무를 전달 받는다. 누군가를 살해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설명과는 달리 이 일은 보스가 판 함정이었고 로이의 동료까지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 자리에 있던 매춘부 록키(엘르 패닝)는 텍사스 오렌지 카운티에서 온 19살 소녀다. 로이는 록키와 함께 도주하게 된다. 그러나 잠시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집에 들르고 싶다고 부탁한 록키가 새아빠를 죽인 후 동생 티파니를 데리고 오면서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19살 소녀와 40살 중년 남자의 로드무비. 의도가 수상쩍게 다가올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들 사이에 섹슈얼한 감정은 거의 거세되어 있다. 단지 같은 모텔에서 묵어도 로이가 록키에게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구성에 초점을 뒀고, 특히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진 후에는 록키가 그간 짊어진 삶의 무게를 짐작하는 데 모든 감각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 배경인 갤버스턴은 로이와 록키가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낭만적 공간이자 쓸쓸함이 깃든 곳인데, 대표 휴양지로 알려진 지역의 복합적인 정서를 포착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마린>(2012), <숨 막히는>(2014), <내일>(2018),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2018) 등을 연출한 감독 겸 배우 멜라니 로랑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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