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기방도령>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
2019-07-10
글 : 김소미

배우 이준호의 타고난 재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종 화사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코믹 사극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기생 난설(예지원)의 손에서 자라난 허색(이준호)은 제가 잘난 줄 너무도 잘 아는 ‘양아치’다. 기방 연풍각이 폐업 위기에 처하자 그는 스스로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기를 자처하는데, 때는 바야흐로 열녀의 시대인지라 수절 과부 수요층을 제대로 공략하고 만다. 아이돌 그룹 2PM 출신인 이준호의 현란한 춤 신이 등장하고, 남자 기생들에게 연습생 문화가 도입되는 등 경쾌한 코미디 설정이 난무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한편 허색과 더불어 영화의 코미디를 담당하는 이는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이다. 능청맞고 날렵한 기방도령과 산적 같은 곱슬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니는 풍채 좋은 육갑 콤비의 만담이 영화를 넉넉하게 감싼다. 웃음이 가볍다고 순정까지 얕은 것은 아니다. 몰락한 양반가의 딸 해원(정소민)에게 첫눈에 반한 허색의 진심은 <기방도령>에 청춘 멜로의 풋풋함을 더한다. 미술과 세트를 비롯해 전반적인 미장센은 조악하지만 이 또한 해당 장르의 컨벤션으로 용인될 만하다. <위대한 소원>(2016)의 남대중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로, 세 친구의 섹스 코미디를 표방하며 남성적 판타지를 말한 전작과 달리 <기방도령>은 남녀노소 관객층에게 일말의 스트레스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으려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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