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자신의 집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죽은 여자의 대학 선배이자 그와 외도를 했다고 의심받는 준성(오민석). 그는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과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용의자와 피해자가 꽤 가까운 관계였다고 추측할 만한 문자메시지 기록이 남아 있고 피해자의 혈흔과 준성의 머리카락이 엉켜 있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수사는 일찍 종결된다.
남편이 절대 살인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확신하는 다연(유선)은 영훈을 찾아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나서줄 것을 간청한다. 수사 기록과 현장사진을 토대로 사적인 수사를 시작한 영훈은 준성이 범인일 수 없다는 나름의 증거를 발견하고, 다연과 한배를 타게 된다. 하지만 사라진 증거물을 영훈이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사건 장소를 기웃거리는 수상한 남자를 납치해 영훈이 고문하는 현장을 다연이 목격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사건으로부터 6개월 후, 사건 발생 1개월 전, 사건 발생 2주 후 등 타임라인을 선형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진범>은 관객이 주도적으로 사건 흐름을 꿰맞추며 감상해야 하는 영화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 묘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이 ‘살해 당일’의 진실을 끝까지 헷갈리게 만든다. <독개구리>(2011)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고정욱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