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엔난민기구 일 때문에 지부티라는 나라에 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노회찬재단 준비 소식(<씨네21> 1182호 ‘노회찬재단 설립 준비하는 친구들, 우리는 아직도 그가 그립습니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배우 정우성에게도 고 노회찬 의원 하면 떠오르는 영화와 추억을 묻기 위해 연락을 한 적 있다. 그는 당시 찍던 영화 <증인> 밤 촬영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아프리카 지부티로 날아갔다. 자신의 일정을 쪼개고 쪼개 이름마저 생소한 그곳까지 간 것은 지난 2018년 제주도에 도착한 낯선 이방인 예멘 난민을 좀더 알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을 혐오의 시선으로만 대하지 않으려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자신이 예멘 난민이 겪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내전 중이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예멘에 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난민들이 예멘을 탈출해 제주도까지 온 경로를 밟기로 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지부티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예멘과 마주하는 작은 나라로, 수만명의 예멘인들이 내전을 피해 맨 처음 거쳐간 국가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데도 4500여명의 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해 준, 마음이 따뜻한 나라이기도 하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그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처음 맡은 2014년 5월부터 최근까지 네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 난민 캠프를 다니며 만나고, 보고, 듣고, 느낀 난민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눈앞에서 가족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하루아침에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하고,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난민들의 사연은 안타깝다. 특히 미얀마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쫓겨나듯 고향을 떠나온 로힝야족 난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 “내가 이런 확신을 갖기까지 특별한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음을 알기에, 이런 생각을 섣불리 강요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이며, 이 책 역시 그 대화의 일부이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정우성은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 난민이라는 이슈로 말걸기를 끈질기게 시도한다. 한때는 우리도 난민이었고, 세계 여러 국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원조를 받았다. 그것이 제주도에 어렵게 당도한 낯선 이방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