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SF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멜로 영화들
2019-07-16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조>
인간을 사랑하게 된 인공지능 로봇의 이야기 <조>가 개봉했다. 뻔한 로맨스의 공식이 지겨운 관객들이 독특한 SF적 상상력 위에 지어진 로맨스 영화에 손을 뻗고 있다. SF와 로맨스라는 장르의 결합을 보여준 다른 영화 7편을 모아봤다.

이퀄스

차라리 감정이 없는 사회라면 삶이 쉬워질까? <이퀄스>는 모든 감정이 통제된 구역에서의 돌연변이 같은 사랑을 포착한다. 이곳에서 사랑은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날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서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미묘한 표정 변화를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에게 들킨다. 그런 그녀를 주시하기 시작한 사일러스에게도 낯선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감정 억제 치료에도 니아를 향한 마음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간다. 신작 <조>로 돌아온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201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는 <뷰티 인사이드>의 원작 광고 연작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SF적인 배경에 로맨스 서사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온 도리머스의 테마를 엿볼 수 있는 작품.

그녀

러브레터 대필 작가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형체 없이 목소리뿐인 인공지능이라니. 단 한 줄의 설정만으로도 씁쓸함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우리는 시리(siri)와 다툼을 일삼지만, 감정까지 프로그래밍 된 영화 <그녀> 속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듯싶다. 아내와 별거 중인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의 공허함을 달래 준 사만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존재며, 인간보다도 더 따뜻한 존재였을 것이다. 처음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느꼈던 관객들도 사만다와 시간을 보내는 테오도르의 행복한 표정을 지켜보며 점차 이입하게 된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패신저스

우주선 아발론호에 탑승한 승객의 목적지는 물리적으로는 '홈스테드2' 행성이나, 관념적으로는 '미래'다. 항해 시간이 무려 120년에 이르는데 승객들은 그동안 동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30년밖에 흐르지 않은 시점, 5258명의 승객 중 한 남자 짐(크리스 프랫)이 프로그램 오류로 깨어난다. 짐은 꼼짝없이 차가운 우주선에서 홀로 여생을 보내게 생겼다. 마치 무인도 표류기를 보듯 허탈감에 빠졌다가, 현실을 받아들여 즐겨도 보고, 다시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남자의 3년이 흐른다. 이때 짐은 잠들어 있는 여성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를 잠에서 깨우고 싶은 강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재난, 이어서 로맨스 영화로 귀결을 맺는 <패신저스>는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킨다.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와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역작. <이터널 선샤인>은 때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우리의 순간적인 열망을 영화적으로 실현시킨다. 서로 다른 상대방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난한 싸움을 반복하는 연인이 있다.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홧김에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가 연인 조엘(짐 캐리)에 관한 모든 기억을 지워 버린다. 하루아침에 나의 존재를 리셋해버린 그녀에게서 큰 상처를 입은 조엘이 덩달아 기억 지우기를 시도하고, 둘은 남이 된다. <이터널 선샤인>에 담긴 러브 스토리는 정방향의 시간으로 흐르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역순을 취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점의 이동이 되려 영화의 여운을 극적으로 승화시킨다. 자칫 운명론으로 읽힐 여지가 있는 결말은, 운명보다도 개인 본성에 관한 탐구라 할만하다.

미스터 노바디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다'라는 말이 있다. <미스터 노바디>는 '그때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9살의 니모(자레드 레토)가 이혼한 부모 중 어느 가정에 살 것인지를 결정할 때부터, 어떤 상대와 결혼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순간까지.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길을 능수능란한 교차 편집을 통해 펼쳐 보인다. <토토의 천국>, <제8요일>의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은 <미스터 노바디>의 시나리오를 7년간의 긴 작업으로 완성했다. 그가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은 선택의 중요성일까, 그 반대일까?

컨트롤러

<컨트롤러>는 그간 필립 K. 딕의 소설을 영화화한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는 다른 결을 가졌다. 언급한 세 영화가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아주 건조한 투로 물어왔다면, <컨트롤러>는 로맨스 장르의 어법을 적극적으로 끌어온다. 인간의 삶을 정해진 방향으로 조정해 설계된 미래로 인도하는 조정국이 있다. 무용수 앨리스(에밀리 블런트)와 사랑에 빠진 유망한 정치인 데이비드(맷 데이먼)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랑이 방해받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정해진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이 세계의 비밀을 알아챈 그는 미래를 컨트롤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어나더 어스

<어나더 어스>는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는 공상과학의 명제로 시작한다. 그러나 SF보다는 심리 드라마에 방점이 찍힌 이 영화. 스펙터클은 없어도 감정 몰입만큼은 상상 이상이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17세 로다(브릿 말링)는 새로운 행성 발견 소식에 정신이 팔려 끔찍한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이 사고로 교수 존(윌리엄 마포더)은 아내와 딸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4년 뒤 출소한 로다는 죄책감을 안고 청소 일을 하며 살아 간다. 그러던 중 존이 살아있다는 걸 알고 찾아가 청소를 해준다. 모든 의욕을 잃은 채 무너져 내린 그의 마음도 점차 회복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지구로 가는 티켓을 얻게 된 로다는 그의 곁에 남을 것인지, 다른 삶을 찾아 떠날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제27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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