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수중발레로 뭉친 8명의 중년 남자들
2019-07-17
글 : 이화정

이야기의 시작, 베르트랑(마티외 아말릭)은 말한다. ‘이 이야기는 별거 없다.’ 그가 이런 변명부터 앞세우는 것은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이다. 2년 동안 백수인 베르트랑은 세상에 무감각하고, 그게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딸의 보호자로 간 수영장에서 ‘남자 수중발레단 모집’ 전단이 그의 눈길을 끈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수중발레로 뭉친 8명의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다. 수영장 파산이 코앞인데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마퀴스(브누아 포엘부르드), 발표한 CD가 17개인데 히트곡은 전혀 없는 로커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이들과 다르다며 자신만만해하지만 실은 가족과 소원해진 채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로랑(기욤 카네) 등 상황은 다 다르지만 이들이 느끼는 심적 수위는 똑같아 보인다.

한때 ‘차세대 스타’라고 칭송받던 로커 시몽에게 딸은 “아빠는 데이비드 보위가 아니에요!”라고 현실을 일깨워준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렇게 부푼 젊은 날의 꿈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처럼 모두에게 예외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 속 문구처럼, ‘삶은 시작됐으니 되돌아갈 수 없다’ . 이 영화가 제공하는 것은, 그 지독한 현실을 함께 털어놓을 기회와 장소다.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고 수중발레를 하고 관계를 맺는 동안 이들은 무기력한 마음에 단단한 근육을 키워나간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2017)에 출연한 질 를루슈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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