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랏말싸미>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
2019-07-24
글 : 장영엽 (편집장)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 불자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설을 전제로 하는 영화. 세종(송강호)은 신하들 모르게 조선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려 하지만 번번이 한계에 부딪힌다.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해인사 신미 스님(박해일)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 세종은 소리문자에 해박한 신미 스님의 도움을 받아 훈민정음 창제 작업을 시작한다. 세종의 아내 소헌왕후(전미선)와 두 아들 수양(차래형), 안평대군(윤정일), 신미 스님의 제자 학조(탕준상), 학열(임성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세종과 신미 스님을 돕지만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조선 왕조로 인해 집안이 멸망한 신미 스님의 과거는 유교 국가의 왕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세종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다. <황산벌>(2003), <평양성>(2010), <사도>(2014) 등의 기획, 제작, 각본에 참여했던 조철현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나랏말싸미>는 역사의 빈칸을 장인의 태도로 탐구하며 상상하는 연출자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지식의 대중화를 꿈꾸며 소리문자를 채집하고 분류하며 압축하는, 그 과정에서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진리를 깨달아가는 인물들의 여정이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울린다. 근래 블록버스터영화의 현란한 리듬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나, 한글의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해인사 장경판전 등 그간의 한국 사극영화가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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