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상태가 된 뒤 인생 2막을 시작한 미국의 만화가 존 캘러핸의 실화를 담았다. 재활을 거쳐 간신히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존(호아킨 피닉스)은 술을 끊지 못하고 어두운 생활을 지속하다가 결국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합류한다. 모임의 정신적 지주인 도니(조나 힐)와 교류하고,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누(루니 마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존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불행에 찌들었던 한 남자가 해학이 넘치는 인기 만화를 그리게 되기까지, 영화는 한 인간이 지나온 깊은 슬픔의 격류에 애써 저항하지 않고 함께 휘말려든다. 존의 회고에 의지해 시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펼쳐지는 내러티브 전개가 유려하다.
<돈 워리>를 떠받치는 힘은 사랑과 유머다. 온몸이 침대에 결박돼 있는 상황에서도 코끝에 꽃다발을 대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바라보는 가장 큰 기적이다. 백지 위에 단순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그리는 존 캘러핸의 만화는 세상만사를 유연하고 코믹하게 바라보도록 유도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버텨낼 힘을 주기도 한다. 해결되지 않는 욕구와 때때로 찾아오는 좌절은 반복되지만, 영화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자기 스토리를 들려주는 존의 의지는 스스로 감지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해 보인다. 우울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잃지 않는 태도가 구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1997)과 닮은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에 이어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표현력이 놀라울 만큼 짙고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