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 청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화제 인물이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 14년 만에 나온 남자 솔로가수 래퍼 ‘원’으로, <하트시그널> 시즌2 같은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혹은 드라마 <화유기>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한 배우로 접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독립영화 <굿바이 썸머>는 그를 알던 사람들에게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제원에게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굿바이 썸머>야말로 가장 그다운 필모그래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영화 데뷔작으로 <굿바이 썸머>에 끌린 이유는.
=먼저 독립영화라서 현장에서 끈끈하게 소통하며 연기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현재의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그려내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원래 좀 아파 보이는 얼굴이라(웃음), 내가 가진 이미지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현재에게 수민(김보라), 지훈(이건우), 병재(이도하)는 각각 어떤 존재였다고 생각하나.
=수민이는 현재가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병을 숨겼다는 이유로 현재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현재가 좋아하는 수민이에게 고백하는 지훈이는, 솔직히 처음에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했다. (웃음) 하지만 그가 현재를 따뜻하게 대했다면 오히려 현재가 더 나약해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훈이도 현재에게 꼭 필요했던 존재다. 병재는 정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다. 촬영을 마친 지금 생각해보면 병재는 현실 세계에 없는 SF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현재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 해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줘서 <파이트 클럽>(1999)의 브래드 피트도 떠올랐다.
-좋은 주상복합에 사는 현재의 가족은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현재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을까.
=30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산다는 병재에게 그 근처가 실내 리모델링을 해서 좋지 않으냐고 태연하게 말하는 걸 보면, 부족함 없이 자라서 자격지심도 꼬인 구석도 없는 친구 같았다. 그래서 더욱 ‘현재’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가정사를 너무 깊게 상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연기할 때 너무 갇히게 될 것 같았다.
-실제 정제원의 10대 시절은 어땠나.
=어릴 때 생각이 굉장히 많았다.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는 모든 학생이 한번쯤 갖게 되는 의문이지만 난 그 질문을 끝까지 파고들다가 진짜로 17살 때 학교를 자퇴했다.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하는 아이였고, 현재처럼 꼬인 것은 없었지만 그처럼 외로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래퍼로, 배우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것은 미술, 음악, 영화 등 예술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가수 혹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냥 그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시작했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다가 연기도 하게 됐다. 난 아직 직업란에 가수 혹은 배우라고 쓰는 게 낯설다. (그럼 뭐라고 쓸 건가?) 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니까 학생…? (웃음) 여러 가지를 하는 데에 사람들이 조금 관대한 시선을 갖고 봐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또 17살 때 내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지금껏 살면서 어떤 사람들을 좋아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답변이다. (웃음)
=17살 때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빈센트 갤로다.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고 밴드도 하는게 너무 멋있어 보였다. 소피아 코폴라나 자비에 돌란도 좋아하고, 제이미 폭스는 연기도 잘하지만 앨범도 정말 좋다. 웨스 앤더슨 영화의 패션적인 매력도 정말 근사하다.
영화 2019 <굿바이 썸머> TV 2019 <아스달 연대기> 2019 <그녀의 사생활> 2018 <나인룸> 2018 <드라마 스테이지-문집> 2017 <화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