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나랏말싸미> 이송원 작가 - 치열했던 집단 창작
2019-07-2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나랏말싸미>는 혁명을 다룬 이야기다.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소수의 사대부가 권력을 쥐고 유교가 국가의 근본이던 조선에서, 세종대왕(송강호)과 신미 스님(박해일)이 사람들의 힘을 모아 백성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줄 아는 언어를 만드는 것은 기득권세력한테는 통탄할 일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스님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설은 조철현 감독과 이송원 작가의 오랜 관심사다. 실록을 포함한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당시 기득권세력이던 사대부들이 한글 창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집현전 또한 한글 창제에 힘을 실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 데다 신미 스님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감안했을 때 이송원 작가와 조철현 감독은 이 가설을 역사의 빈 공간에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근거로 보았다.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세종대왕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진짜 21세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수십만 촛불에 에워싸인 세종대왕 동상을 올려다보면서 이제는 세종대왕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다 싶었다”는 게 이 작가의 회상이다. 여러 기록에 남은 세종대왕, 신미 스님 등 여러 인물들의 일화와 한글 창제 기록 중에서 재미있고 인상적인 대목을 선정하되 새로운 시대에 세종대왕을 이야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신경 썼다고 한다. “하나는 인간으로서 세종대왕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종이 자주 썼던 표현인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 생생지락은 백성이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살맛나게 살아가는 즐거움을 뜻한다.” 훈민정음을 즐겁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간절함이자 21세기인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본 것이다.

한국영화를 해외 시장에 팔고, 외화를 수입하며, 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사도>로 시나리오작가로 데뷔한 이송원 작가는 <사도> 등 전작에서 이준익·조철현 감독과 함께 대형 모니터(때때로 생맥줏집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 토론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이번 영화 또한 조철현 감독, 금정연 작가와 함께 팀을 이뤘다. 스님보다 더 스님 같은 왕과 왕보다 더 왕 같은 스님,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훈민정음을 만들어갔고, 그것을 세상에 어떻게 전파시켰는지 등의 이야기는 치열한 집단 창작의 결과다.

<나랏말싸미·맹가노니>

“8월 첫주에 출간되는 <나랏말싸미> 시나리오 해설서다. 고전 주석서도 많고 영화 메이킹북도 적지 않지만 시나리오 해설서는 듣도 보도 못한 잡책이다. 조철현 감독이 시나리오작가도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격려했고, 이 책을 쓰라고 권유했다. 그의 말을 따라 시나리오를 쓰면서 했던 고민, 생각을 모두 담았다.”

2019 <나랏말싸미> 각본 2014 <사도>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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