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데드 돈 다이> 갑자기 무덤을 파헤치고 나온 좀비
2019-07-31
글 : 장영엽 (편집장)

모든 것은 기후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데드 돈 다이>는 이상기후로 북극에 균열이 생기고 지구의 궤도가 바뀌며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세기말 풍경을 조명한 영화다. 미국 근교의 외딴 마을 센터빌이 배경으로, 경찰 콤비 클리프(빌 머레이)와 로니(애덤 드라이버), 동료 경찰 민디(클로에 셰비니), 마을에 새로 온 장의사 젤다(틸다 스윈턴), 좀비영화를 너무 많이 본 주유소 직원 바비(케일럽 랜드리 존스)와 괴팍한 인종차별주의자 프랭크(스티브 부세미) 등의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무덤을 파헤치고 나온 좀비에 대처하는 모습을 담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밤이 사라지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주민들이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심드렁한 경찰 로니는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이거 불길한데”라는 말을 되뇐다. 그의 말이 마치 주문이라도 되듯 불길한 일들은 점점 더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사라졌던 밤이 돌아온다.

<데드 돈 다이>는 좀비영화이기 이전에 짐 자무시의 영화다. 장르를 실험하고 비틀고 뒤집어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창출하는 것은 감독의 최우선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그보다도 짐 자무시 스타일로 재단된 스타 배우들의 심드렁하고 엉뚱하며 귀여운 모습과 후렴구처럼 되풀이되는 로니의 메타적인 유머, 쿨하고 느린 좀비들을 키득거리며 감상하는 데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가 선보이는 좀비들은 살아 생전 집착했던 하나의 단어를 되풀이하는데, 이러한 설정이 소소한 웃음을 준다. 감독의 취향이 엿보이는 커피 좀비,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회의 풍경을 풍자하는 와이파이 좀비 등이 눈길을 끌며, 영화 내내 반복되는 스터질 심슨의 테마곡 <The Dead Don’t Die>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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