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중화권 배우 중 한 명인 탕웨이. 그녀가 예술영화 <지구 최후의 밤>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다만 정식 개봉이 아닌 2019 뉴트로시네마 기획전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고향을 찾은 홍우(황각)이 과거의 연인 치원(탕웨이)을 찾아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헤매는 이야기다.
탕웨이는 2014년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분당에 토지를 매입해 ‘분당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이를 비롯해 활동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대륙의 스타 탕웨이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활동 초창기
탕웨이는 중국 3대 예술 대학 중 하나인 중앙희극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동문으로는 장쯔이, 공리, 유덕화 등이 있다) 2004년 대학을 졸업했으며 곧바로 TV 영화 <경찰의 꽃 옌쯔>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데뷔했다. 신입 경찰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탕웨이는 주인공 옌쯔를 연기, 중국 CCTV 채널에서 올해의 여배우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여인부곡>, <정견나랍제>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안 감독의 <색, 계>
그렇게 자국에서 활동하던 탕웨이는 데뷔 3년 만에 거장 이안 감독의 <색, 계>에 주연으로 낙점됐다. 일제강점기 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암살 대상(양조위)과 사랑에 빠지는 스파이(탕웨이)의 이야기다. <색, 계>는 시대 상황과 개인의 욕망이 맞물리는 전개, 절제된 인물들의 감정 묘사 등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200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수작으로 인정받은 작품. 탕웨이는 임무를 위해 거짓 연기를 하지만 결국 사랑에 빠지며 혼란스러워하는 왕 치아즈의 내면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중국 활동 금지
<색, 계>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탕웨이는 이에 못지않은 고충을 겪었다. 왕 치아즈 캐릭터가 “독립운동을 부도덕하게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자국인 중국에서 활동 금지 처분을 받은 것. 그렇게 탕웨이는 연기를 중단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모델, 배드민턴 강사(어린 시절부터 배드민턴을 즐겨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등으로 일하며 생계와 학업을 유지했다.
유학을 마친 탕웨이는 홍콩 시민권을 취득해 배우 활동을 재개했다. 복귀작은 홍콩 4대 천왕 중 한 명인 장학우와 호흡을 맞춘 <크로싱 헤네시>. 소개팅으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서로 엇갈리고, 다시 재회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히 풀어낸 로맨스 영화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
<크로싱 헤네시>이후 곧바로 출연한 작품이 김태용 감독의 <만추>다.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휴가가 허락된 죄수 애나(탕웨이)가 우연히 만난 훈(현빈)과 짧지만 긴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1966년 제작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배경을 시애틀로 변경)했으며, 김태용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탕웨이는 <만추>를 통해 외국인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의 성취와 함께 <만추>는 탕웨이가 중국 활동 금지령이 풀리는 계기가 됐다. 2012년 3월 중국에서 개봉한 <만추>는 약 6,480만 위안(우리돈 약 111억 원, 7월31일 환율기준)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 중국에서 활동 금지가 해제됐다. <색, 계>의 이안 감독은 이에 대해 <만추> 제작진과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넓어진 스펙트럼
<만추> 이후 탕웨이는 중국, 홍콩을 오가며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가장 유명한 영화는 2013년 출연한 설효로 감독의 <시절인연>. 국가로부터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중국에서는 실제 과도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출산억제정책이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과된다) 시애틀로 이주한 쟈쟈(탕웨이)의 이야기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운전기사 프랭크(오수파)와의 로맨스가 중심이 됐다. 실제로 탕웨이가 처했던 상황, <만추>의 배경이었던 시애틀이 다시 등장하다는 점에서 독특한 이입을 자아낸 영화기도 하다.
이외에도 탕웨이는 주된 장르였던 로맨스, 멜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영화들에 도전했다. <건당위업>, <황금시대> 등 로맨스를 뺀 역사물에 종종 출연했으며, 중국 내에서도 크게 흥행했던 판타지 액션 영화 <몬스터 헌트>에서는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2015년에는 마이클 만 감독의 <블랙코드>에 크리스 햄스워스와 함께 출연해 할리우드로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는 2019년 하반기 방영 예정인 중국 드라마 <대명풍화>로 13년 만에 드라마 복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결혼
마지막은 역시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이다.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친구 사이로 지내던 탕웨이는 2013년 10월 그와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후 9개월간의 연애 끝에 2014년 7월 스웨덴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김태용 감독이 소속돼있는 영화사 봄을 통해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세상이 모든 소중한 인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탕웨이 부부는 세 살배기 딸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딸의 이름은 ‘썸머’로 무더운 여름에 태어나 지어졌다고. 최근 탕웨이는 SNS를 통해 가족과 함께한 호주 여행 사진을 올리며 행복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담으로 탕웨이 소유의 분당 토지는 2015년 매매, 지금은 전(前) 분당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