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코믹 연기 장인, 대체 불가 조정석이 살린 명장면 5
2019-08-13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조정석의 코미디는 이번에도 먹혔다. 재난 영화인 <엑시트>에 현실감을 실은 디테일한 각본 덕도 있지만,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잘 살린 조정석의 연기도 한몫했다. 긴장과 웃음 사이에서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던 장본인. 배우 조정석의 명장면을 아쉽지만 다섯 장면만 골랐다.

<건축학개론> 납뜩이

feat. 스루루- 연애 코치

납뜩이의 등장은 그간 충무로에 전무했던 캐릭터 조정석의 발견이었다. 연애 숙맥인 승민(이제훈)의 친구이자 불량 연애 코치로 활약한 납뜩이. "납뜩이 안가네, 납뜩이."라는 말을 자주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걔 혀, 네 혀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고. 스루루-(후략)." 승민에게 키스란 이런 것이라며 무아지경으로 설명하는 납뜩이는 <건축학개론>이 낳은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사실 이 장면은 생각보다 대본에 충실한 장면이었는데, 다만 "일루 갔다 절루 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하며 오두방정을 떠는 후반부는 모두 조정석의 애드립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장면 속 대사는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에 정점을 찍는다. 첫사랑 서연(수지)과 손목 때리기를 했던 승민이 "손목 때리기는 보통 사이에 잘 안 하지 않냐? 손도 잡고 그래야 되는데.."라고 하자 납뜩이는 승민을 벌레 보듯 하며 한 마디 날린다. "그럼 뭐 할까, 아구창 날릴까? XX아?"

<관상> 팽헌

feat. 이힘금이다↘

<관상>에선 송강호와 찰떡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코믹 연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매형-처남 지간을 연기했다. 어느 늦은 밤 임금 문종(김태우)이 행행을 하다 이들의 집에 당도했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임금을 알아볼 리 없는 팽헌(조정석)은 "뭐 하는 양반들이길래 빈손으로 눈치도 없이 왔냐"고 면박을 준다. "내일 이런 칼 같은 거 가져오지 말고, 저런 똥개라도 가져오슈"라며 문전박대를 하는 찰나, 천재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은 임금을 단번에 알아보고 "전하~" 하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상황 파악을 못 한 팽헌은 코웃음을 치며 삿대질까지 하는데. "아유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임금이여?" 엎드린 내경이 다급하게 "왕! 왕!" 눈치를 주자 그제서야 팽헌은 동공지진. 끝까지 버티다 "이힘금이다↘"라며 한숨을 내뱉는 연기는 누구라도 웃을 수밖에 없는 포인트. 대사 사이사이의 여백과 치고 나갈 시점, 호흡과 목소리 떨림을 가지고 노는 재주만큼은 조정석이 일류가 아닐까 싶던 신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영민 씨

feat. 오코노미야끼?

최적의 장르를 만났다. 로맨스 코미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조정석의 코믹 연기는 사방에 널려 있다. 신혼부부인 미영(신민아)과 영민(조정석). 늦은 밤까지 동창생들과 술 파티를 벌이던 영민은 술집 바깥에서 미영의 전화를 받고 있다. 귀가가 늦은 남편을 나무라는 미영에게 영민은 "미안해 미영~ 사랑해 미영~"을 남발하고 있다. 이때 밖으로 나온 친구들이 "뭔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해?"라고 묻자 당황한 영민은 수화기 너머의 미영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오코노미야끼? 그런 것까지 하려고?" 아내에게 지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키기 싫은 남자의 태세 전환. 허세를 부린 남편 덕에 미영은 한밤중에 집들이 요리 미션을 선물 받는다. 오코노미야끼가 아닌 '김치전'이나 '양장피' 따위였다면 그저 그런 유머였을지도 모른다. 다른 어떤 음식도 아니라 '오코노미야끼'여서 웃긴 장면.

<질투의 화신> 이화신

feat. 장례식장에서 먼지 나게 맞기

역대급 짤방 탄생이다. TV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명장면. 조정석이 맡은 마초 기자 이화신은 유방암에 걸렸다. 병명이 웃음의 재료로 활용된 점은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너무도 슬픈 표정의 조정석의 연기가 이를 무마한다. 게다가 이화신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교정 브라를 직접 시연하기도 하고, 뉴스 앵커로서 생방송 중 자신의 병을 고백하기도 하는 인물. 상단의 장면은 화신이 유방암 치료 명목으로 입은 교정 브라를 어머니(박정수)에게 들킨 시점이다. 게다가 장소는 형의 장례식장이었는데, 아들이 성 도착증에 걸린 줄로 착각한 어머니는 아들을 쥐 잡듯이 잡는다. 극중 화신은 이 상황을 즐길 수 없다. 자신의 아픔을 어머니에게 끝까지 비밀로 해야 해서다. 그런데 어쩌나. 울먹이는 조정석의 연기를 본 시청자들은 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웃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뺑반> 싸이코 정재철

feat. 악역은 못할 줄 알았죠?

<뺑반>에서 조정석은 두 가지 능력을 확인했다. 하나는 레이서 본능이고, 다른 하나는 악역 연기에도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뺑반> 촬영 때 조정석은 전문가들로부터 F1 레이서 제의를 받았다.) 첫 악역을 맡았던 <뺑반>에서 그의 캐릭터 정재철은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소름 끼치는 사이코 기질을 가졌다. 동문들과의 약속에 뒤늦게 나타난 재철에게 빈정 상한 한 동문이 "이태리에서 마피아들이랑 어울리더니 깡패가 다 됐다"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는 재철의 표정이 변한다. 비서에게 헬멧과 드릴을 가져오라 지시한 다음 시작되는 숨 막히는 고문. 흥분 상태에 이르면 말을 더듬는 재철이 동문의 머리에 헬멧을 씌우고 드릴을 작동시키는데. "예, 선배님 맞아요. 이태리 그 마, 마피아 XX들하고 도박사 XX들이 돈 X라게 걸어놓고, 게임 뛰게 하는 선수들 있는데 누구? 나. 근데 그 게임에서 지면 어떻게 될까? 어? 다 같이 뒈지는 거야. 알겠어? 알겠어 이 XXXX들아." 영화 <뺑반>은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조정석의 악역 연기만큼은 발군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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