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암전> 인간의 윤리를 건드리는 순간까지 질주한다
2019-08-14
글 : 임수연

영화제 수상 경력으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 기회를 잡은 미정(서예지)은 매일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고어영화를 보고, 무서운 일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시나리오를 완성하지 못해 제작사로부터 압박을 받던 중, 후배에게 대전대학교 영화과에서 전해진다는 이상한 괴담을 전해 듣는다. 어떤 학생이 찍은 공포영화를 상영하던 중 관객 절반이 뛰쳐나가고 그중 한명은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사실이 작품은 감독이 아닌 귀신이 찍었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 미정은 당장 대전으로 내려가 10년 전 영화에 대한 단서를 찾다가, 이 작품의 제목이 <암전>이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됐으나 상영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소문 끝에 당시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재현(진선규)을 찾아내지만, 거의 폐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미정에게 <암전>에 얽힌 일을 절대 들추지 말라고 경고한다. <암전>의 비밀에 가까이 갈수록 미정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만, 그는 이를 시나리오 작업을 위한 재료로 삼고 집착을 거두지 않는다. 폐극장에서 죽은 배우의 원한이 만든 저주의 무한 루프는 시대를 불문하고 창작자들이 갖는 광기의 보편성을 은유하는 듯하다. 그것이 인간의 윤리를 건드리는 순간까지 질주하는 것이 바로 <암전>에서 가장 공포스런 지점이다. 뉴욕아시아영화제, 판타지아영화제 등에 초청받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금지구역 섹션에서 상영됐던 <도살자>(2008)를 연출한 김진원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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