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시작부터 꽃길! 20대에 인정받은 천재 감독들 (feat. 앳된 모습)
2019-08-14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나는 예수님이 싫다>

8월8일 국내 개봉한 <나는 예수님이 싫다>. 도쿄에서 시골 마을로 전학을 온 초등학생 유라(사토 유라) 앞에 작은 ‘예수님’이 나타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찬사를 보냈으며,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나는 예수님이 싫다>를 통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최연소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나이는 올해로 만 23세(1996년 생). 이른 나이에 데뷔, 평단의 인정을 받은 그에게는 이미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감독. 그런데, 그 이전에도 20대의 나이에 수작을 배출, 인정받은 선배 감독들이 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가며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10인을 알아봤다. 덤으로 그들의 ‘그때 그 시절’ 모습도 함께 담았다. (나이는 만으로 따졌으며, 영화제 등에서 작품이 최초 공개된 시점으로 계산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 <네 멋대로 해라>(1959) / 만 29세

<네 멋대로 해라>

첫 번째는 프랑스 영화계의 산증인 장 뤽 고다르 감독이다. 누벨바그 세대의 대표주자인 그는 1959년 만 29세의 나이로 첫 장편영화 <네 멋대로 해라>를 연출했다. 도둑과 유학생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편집, 대사 등으로 기존 영화들의 틀을 깬 작품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비평가로 활동하던 고다르 감독이 진부한 유럽 영화에 염증을 느끼고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 하겠다”싶어 제작한 결과물.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네 멋대로 해라>는 흥행 면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사실 고다르 감독을 비롯한 누벨바그 세대 감독들은 상당수가 20대부터 감독으로 활동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는 그가 만 27세에 연출한 데뷔작이며, 아녜스 바르다 감독도 만 26세에 <라 푸엥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선보였다. 그들 대부분이 생의 마지막까지 영화를 제작, 영화사의 한 축으로 기록된 이들이다.

<네 멋대로 해라> 촬영현장 속 장 뤽 고다르 감독(오른쪽)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슈가랜드 특급>(1974) / 만 27세

<슈가랜드 특급>

프랑스에 고다르 감독이 있다면, 할리우드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있다. 그 역시 20대에 이미 실력을 입증했다. 20대 초반부터 TV 시리즈 감독으로 활동하던 그는 1971년 연출한 TV 영화 <대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적한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트럭에게 위협당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스릴감 넘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1974년 그는 극장용 영화 데뷔작인 <슈가랜드 특급>을 제작했다. 아이의 강제 입양 소식을 접한 죄수 루(골디 혼)가 탈옥을 강행하는 이야기. 오락성과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모두 잡은 <슈가랜드 특급>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 유명한 <죠스>도 스필버그 감독이 이듬해인 1975년 배출한 작품이다.

<슈가랜드 특급> 촬영현장 속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오른쪽)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1989) / 만 26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스티븐들은 다들 잘난 것일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만 26세에 연출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무려 칸영화제 최연소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불륜을 소재로 거짓말과 진실, 그 속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촘촘하게 담아낸 작품. 당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해 찬반양론이 거셌으나, 수작이라는 평만은 대체적으로 일치했다. 소더버그 감독은 수상 후 “이제는 내리막길만이 남았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침체기도 있었지만 그는 이후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 등 독립과 상업을 오가며 흥행, 작품성을 인정받은 여러 영화를 제작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촬영현장 속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왼쪽)

빈센조 나탈리 감독 <큐브>(1997) / 만 28세

<큐브>

<큐브>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스타덤에 올랐다. 의문의 방에서 깨어난 인물들의 탈출을 그린 <큐브>는 단 두 개의 방에서 조명만 달리해 촬영한 저예산 영화다. 약 35만 달러(우리돈 약 4억 2500만 원, 8월7일 환율 기준)가 소요됐다. 그러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 독특한 분위기 등으로 큰 인기를 끌며 제작비의 30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은까마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싸이퍼>, <스플라이스> 등으로 SF 스릴러 장르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큐브> 촬영현장 속 빈센조 나탈리 감독(왼쪽)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파이>(1998) / 만 28세

<파이>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마더!> 등으로 자신만의 색을 자랑하고 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그도 20대에 연출한 독특한 감각의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감독이다. 그의 첫 장편영화 <파이>는 진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통받는 한 수학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자 보고 있자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동시에 강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 훗날 아로노프스키 작품세계의 근간이 되는 인물의 ‘강박’과 ‘집착’ 역시 강하게 드러났다.

<파이> 촬영현장 속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매그놀리아>(1999) / 만 29세

<매그놀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만 26세에 연출한 <리노의 도박사>부터 LA 비평가협회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포르노 산업을 이야기한 <부기 나이트>로 여러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20대의 끝자락인 29세, <매그놀리아>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매그놀리아>는 여러 인물들의 소소한, 혹은 커다란 하루를 촘촘히 엮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에게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시점. 이후 그는 연달아 선보인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매그놀리아> 촬영현장 속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오른쪽)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미행>(1998) / 만 28세

<미행>

천재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 아닐까.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성공과 함께 그의 초기작인 <메멘토>도 국내에서 뒤늦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메멘토> 이전, 그가 20대 시절 완성한 영화는 따로 있다. 데뷔작인 <미행>이다.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완전범죄를 계획하는 범죄자와 그에게 휘둘리는 인물의 이야기다. 놀란 감독 특유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이 돋보인 영화.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 촬영 당시에도 만 29세로 20대였다.(공개 시기에는 만 30세.)

<메멘토> 촬영 현장 속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왼쪽)

제임스 완 감독 <쏘우>(2004) / 만 26세

<쏘우>

2000년대 호러영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쏘우>. 제임스 완 감독이 대학시절 만든 단편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이다. 당시 제임스 완은 26세였다. 이후의 시리즈들은 대부분 고어 요소만 강조, 점점 혹평을 받았지만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한 1편은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가 부각돼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후 제임스 완 감독은 여러 <쏘우>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인시디어스>, <컨저링>을 연출하며 호러 거장이 됐다. 또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아쿠아맨>을 통해 자신의 재능이 공포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쏘우> 촬영현장 속 제임스 완 감독(왼쪽)

자비에 돌란 감독 <로렌스 애니웨이>(2012) / 만 23세

<로렌스 애니웨이>

자비에 돌란은 올해로 만 30세가 된, 칸이 사랑하는 천재 감독이다. 아역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만 20세의 나이로 주연과 감독을 겸한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연출, 칸영화제에 초청되고 밴쿠버영화제에서 장편상을 수상했다. 1년 뒤 선보인 <하트비트>로 시드니영화제 작품상 수상했으며, 만 23세에 연출한 <로렌스 애니웨이>는 주연 배우 수잔 클레망에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편집 등 감각적인 비주얼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작품. 이후 그는 <마미>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게 그가 20대에 이룬 성과다. 다만 <단지 세상의 끝>은 수상 결과와 반대로 여러 평론가들이게 혹평을 받기도 했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속 자비에 돌란

데이미언 셔젤 감독 <위플래쉬>(2014) / 만 28세

<위플래쉬>

마지막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한 명인 데이미언 셔젤이다. 그는 J.K. 시몬스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영화 <위플래쉬>를 제작,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 28세에 <위플래쉬>를 장편화했다. 결과는 대성공. <위플래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젊은 천재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라라랜드>로 다시금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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