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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시미즈 요시히로 데즈카 프로덕션 대표, "현지 문화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2019-08-15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알려진 대로 8월 14일 개봉하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감독 시즈노 고분)는 한국의 미디어캐슬, 일본의 데즈카 프로덕션, 중국의 베이징레졸루션 등 동아시아 3개국이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중에서 데즈카 프로덕션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블랙잭> <불새> 등 수많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거장 데즈카 오사무 작가가 설립한, 전통의 애니메이션 명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제작 진행을 맡고 있는 시미즈 요시히로 데즈카 프로덕션 대표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를 공동 제작하게 된 사연부터 데즈카 오사무 작가와의 개인적 일화까지, 그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그는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야니시 다쓰야 작가의 <고 녀석 맛나겠다> 시리즈 중에서 11권에 해당되는 <계속 계속 함께해>의 어떤 점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나.

=데즈카 오사무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친구는 어떤 존재인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얘기해왔다. <계속 계속 함께해> 또한 우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인데 그건 데즈카 프로덕션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가치와 맞아떨어졌다. 한국의 미디어캐슬이 공동 제작을 제안해왔을 때 기꺼이 받아들였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를 연출한 시즈노 고분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연출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시즈노 고분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젊고 열정적인 작가 세 사람을 모아달라고 요청해왔다.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작가 세명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시즈노 고분 감독은 그들이 쓴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취합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 반영하는 재능이 뛰어난 감독이라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작화, 미술, 그림 콘티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다. 어쨌거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작가를 세명이나 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로선 새로운 시도를 한 셈인데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나.

=작가가 세명이다보니 한명이 작업하는 보통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에 비해 시나리오 작업 기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데즈카 프로덕션은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가령,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플루토>는 아톰 탄생 40주년을 맞아 <우주소년 아톰>의 24, 25화에 나오는 ‘지상 최대의 로봇’ 편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톰 더 비기닝> 또한 <우주소년 아톰>의 프리퀄이고. 데즈카 프로덕션은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캐릭터들을 전세계에 진출시키고, 해외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한다. 아보카도의 ‘아보’와 캘리포니아의 ‘카리’를 조합해 ‘아보카리’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이 말은 현지로 나가면 현지 문화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는 재능 있는 창작자와 함께 협업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동아시아 3개국의 회사가 모인 건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인가.

=어린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기회가 있다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었는데 마침 미디어캐슬이 중국쪽 파트너사를 불러와 공동 제작할 수 있었다.

-일본 시장도 충분히 큰데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하던 과거에는 최대 122명 정도의 애니메이터들이 일했는데 디지털로 제작하는 지금은 65여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일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를 설립했고, 데즈카 프로덕션 출신 애니메이터 800여명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에서 회사를 설립한 건 중국 시장에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실사영화는 배우 개런티가 10억~15억원에 이르지 않나.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30억~50억원이면 제작할 수 있다.

-공동 제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건은 무엇이었나.

=연출은 시즈노 고분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한국과 중국의 프로듀서들은 제작비 조달을 포함해 제작을 진행했다. 보편적인 이야기인 까닭에 나라간의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은 전혀 없었다. 다만, 오프닝 크레딧과 관련된 주문이 딱 하나 있었는데 중국 심의를 통과하려면 중국 문화와 관련된 장면이 등장해야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공룡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금 영화처럼 중국 정서가 담긴 오프닝 시퀀스를 연출했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데즈카 프로덕션의 산증인이라 들었는데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머니 혼자서 우리 형제를 키우셨다. 와세다나 게이오 같은 사립대학에 진학할 형편은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도쿄대를 갈 만한 머리는 아니어서 도쿄도립대학에 진학했다. 당시는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이 <불새> <블랙잭> 같은 걸작들을 내놓으면서 10년에 걸친 빚을 모두 갚았던 시기다. 그때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두 시간짜리 방송 편성을 따내 TV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데즈카 프로덕션은 만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들은 많았지만,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애니메이터들은 없었다. 그 프로젝트에 제작 진행 아르바이트를 지원했고 7개월 동안 작품을 제작했다. 초반 3개월은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일했다. 나머지 4개월은 스튜디오 사무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2시간 자다가 일어나 일하기를 반복하는 삶이었다. 일이 매우 힘들었는데 무언가를 만드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게 좋아 데즈카 프로덕션에 입사했다. 그 이후로 12년 동안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과 함께 일했다.

-제작을 진행하는 프로듀서 역할을 한 셈인데 혹시 그림도 잘 그렸나.

=그림을 잘 그렸다면 이 회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았을거다. 우리 회사 출신 애니메이터들은 나처럼 몇 십년 동안 근무하지 않는다. (일동 폭소)

-데즈카 오사무 하면 어떤 일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

=선생님이 “시미즈씨, 비행기를 멈추게 하세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이 원고 세장을 미처 못 그린 채 가고시마로 가는 길이었다. 그날 마지막 도쿄행 비행기 출발시각인 오후 5시까지 원고 세장을 보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선생님께서 “마감이 간당간당하니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해오셨다. 그래서 공항 항공사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니 항공사는 “마감이 끝날 때까지 비행기를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겨우 비행기 마지막 탑승객에게 “데즈카 선생님의 원고니 도쿄 공항에 도착하면 우리 회사직원에게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마감을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선생님은 내게 늘 어려운 임무들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셨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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