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개봉한 <암전>. 중저음이 매력적인 배우 서예지와 대세 배우 진선규가 호흡을 맞춘 공포영화다. 졸업작품을 준비 중인 영화과 학생 미정(서예지)이 잔혹함으로 상영이 금지됐던 단편영화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진선규는 금지된 영화를 제작했던 감독 재현을 연기했다.
2017년 <범죄도시>를 통해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진선규. <암전>은 그의 첫 공포영화다. 여러 작품들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던 진선규는 <암전>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재현을 연기, 전작들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자랑했다. <암전> 개봉과 함께, 충무로 대세 배우 진선규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연극배우
진선규는 학창시절 체육교사를 꿈꿨다. 그러나 입시의 끝자락인 고등학교 3학년, 진로를 배우로 변경했다. 그렇게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 진학해 연기를 배웠다. 졸업 후에는 한예종 동문들과 함께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설립, 연극판에서 활동했다.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대학로에 진출했으며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연극 <김종욱 찾기>에서는 1인 다역을 맡기도 했다. 그렇게 진선규는 공연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후에도 진선규는 꾸준히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작으로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와 웹툰 원작 뮤지컬 <나빌레라>가 있다.
오랜 무명 시절
연극 활동과 함께 매체 연기에도 꾸준히 도전했다. 그러나 주로 단역, 조연을 맡으며 10년 넘게 무명 생활을 이어갔다. <안녕, 아리>, <러너스 하이> 등의 단편영화에 출연했으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풍산개>, <화차>, <도리화가> 등에서 단역으로 짧게 등장했다. 드라마로는 <로드 넘버원>, <무신>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다. 2012년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에서 김무열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15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김명민)의 동지 남은을 맡으며. 진선규는 남은의 강직한 성격과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잘 담아냈다. 이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서 교활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교도관을, <남한산성>에서 이시백(박희순) 장군의 수하로 등장했다. 상반된 성격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범죄도시>
그런 그를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이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살리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68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다. 히어로에 가까운 형사 마동석(마석도)의 시원시원한 액션도 한몫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이들이 악역인 장첸(윤계상) 패거리. 진선규는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을 연기하며 살벌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실제 조선족일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완벽하게 대사를 구사하기도. 그렇게 진선규는 <범죄도시>를 통해 유해진, 김희원, 배성우 등을 제치고 2017년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서 보여준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모로도 크게 화제가 됐다. 눈물을 흘리며 진심 어리게 감사를 전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범죄도시> 속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순박한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열일 행보, 넓은 스펙트럼
<불한당>, <남한산성>, <범죄도시>만으로도 진선규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했다. 김윤석과 함께한 <암수살인>에서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김형민 형사(김윤석)의 동료로 등장, 사건 해결을 위해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으로 극의 진정성을 더했다.
그리고 2019년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빛나는 <극한직업>에서 류승룡, 이하늬 등과 함께 주연을 맡으며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눈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성격과 동료들과의 케미로 코미디도 잘하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분위기를 전환해, 장재현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사바하>에서는 박목사(이정재)와 함께 신흥 종교 집단의 비밀을 파헤치는 해안 스님을 연기했다. 이외에도 <돈>,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차기작은 국내 최초의 우주 배경 SF 영화 <승리호(가제)>다. 자세한 줄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주탐사선 승리호에 탑승한 인물들의 모험이 그려질 예정. 진선규는 송중기, 김태리와 함께 주연으로 발탁됐다. 또한 유해진의 모션 캡처를 통해 로봇을 연기한다. 약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되는 대작으로 2020년 개봉 예정이다.
사랑꾼
마지막은 작품 밖의 진선규다. 서예지를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의하면 실제 진선규는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라고. 그런 그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수식어는 ‘사랑꾼’이다. 진선규의 아내는 대학 시절부터 함께 해온 연극배우 박보경. 두 사람은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키우고 있다.
진선규는 여러 인터뷰, 방송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수상소감에서도 가장 먼저 아내를 언급하며 “너무 고생 많았어 여보. 사랑해”라고 말하기도. 이후 함께 화보를 찍기도 했다. 박보경 인터뷰를 통해 “결혼할 당시 우리 월급이 30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진선규라는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결혼을 결정했다. 지금도 오빠가 늘 양보하고 배려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