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변신> 사람의 모습을 똑같이 복제해 변신하는, 강력한 사탄의 등장
2019-08-21
글 : 이화정

“어젯밤에 아빠가 두명이었다.” 딸 현우(조이현)의 믿기지 않는 말처럼, 이 집에는 밤에 방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하는 ‘낯선’ 아빠와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자상한’ 아빠가 공존한다. 엄마 역시 다르지 않다. 반찬 투정을 하는 아들을 무섭게 윽박지르는 엄마는 더이상 평소에 알던 다정한 엄마가 아니다. 새집에 이사 온 첫날부터 강구(성동일), 명주(장영남)네 가족에게는 기이하고 무서운 일들이 닥친다. 가족들은 서둘러 구마사제인 삼촌 중수(배성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오컬트 장르에 기반을 둔 <변신>은 사람의 모습을 똑같이 복제해 변신하는, 강력한 사탄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진 한 가족을 그린다. 사탄의 ‘빙의’가 이같은 장르에서 좀더 익숙한 방식의 악마의 현현이었다면, 이렇게 사탄이 남의 얼굴로 변신하고 나타난다는 설정이 독특하고 재밌다. 특히 이 혼란이,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자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공포는 가중된다. 부마자들이 끔찍한 형상으로 변하고, 사탄이 피를 토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의 물리적 공포 뒤에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교란시키는 심리적 공포가 깔려 있다. 오컬트 장르에 더한 설정의 변주가 흥미롭게 전반부 관객의 공포심을 끌고 나가는 반면, 후반부 전개는 좀더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더한 정교한 특수분장이 볼거리.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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