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우리집> 윤가은 감독, 배우 김나연·김시아·주예림 - 마음 맞는 사람과 만나는 곳 그곳이 우리집!
2019-08-22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배우 김시아·김나연·주예림, 윤가은 감독(왼쪽부터).

만날 싸우는 부모 때문에 고민이 많은 12살 하나(김나연), 일하러 지방에 내려간 부모 대신 7살 동생 유진(주예림)을 돌보며 지내는 9살 유미(김시아). <우리들>(2016)의 또래 친구 선(최수인)과 지아(설혜인)와 보라(이서연)가 중학생이 될 때쯤, 같은 동네 어딘가에서는 하나와 유진, 유미 자매가 각자의 고민을 안고 그렇게 또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들>로 성장영화의 기준점을 제시한 윤가은 감독이 모두가 기다리던 차기작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의 왕따소녀 사키가 무관심한 어른들과 달리 아키라 형제자매의 아픔을 돌아봤듯이 아픔이 있는 하나는 유미 자매의 상처를 내다보고 그들에게 손을 건넨다. 그리고 그렇게 소녀들은 <스탠 바이 미>(1986)의 소년들처럼 함께 길을 떠난다. ‘내 집’이 아닌, 나를 둘러싼 ‘우리들의 집’을 고민하는 아이들. 정신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각자의 가족 문제에 봉착한 아이들 속에서 윤가은 감독은 다시금 어른이 되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눈높이에서의 소라 껍질같이 작고 연약한 마음들을 끄집어낸다.

이번에도 여름이 배경이다. 지난여름 촬영, 30년 만의 이상 폭염 속에서 어떻게 이 예민한 심정들을 건져냈을까. 캐스팅부터 리허설, 촬영현장까지 어린 배우들과 호흡하고 맞추어나갔던 그 시간들을 윤가은 감독과 주연배우 김나연·김시아·주예림의 대화로 돌아본다(어떤 진지한 문답이 오가는 중에도 주예림 배우의 꺄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유쾌한 인터뷰 자리였음을 알린다).

-지난해 이맘때쯤 촬영했다. 오늘 다같이 모여 인터뷰 촬영을 하면서 지난해 생각이 날 것 같다. 30년 만에 찾아온 폭염 한가운데 촬영했다.

=김나연_오늘은 별로 안 더워서….

=윤가은_그때 더위를 점수로 표현하면 몇점 줄래?

=김시아_그때 100점!

-지금은?

김시아_3점!

=주예림_그때는 아휴, 완전 사막이었다. (웃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지난해 캐스팅 때 기억을 잠깐 불러와보자.

김나연_오디션 들어가기 전에 먼저 보고 나온 친구가 “오디션이 아닌거 같아. 그냥 게임하는 거 생각하면 돼” 하더라. (웃음) 그래서 진짜 마음 편하게 들어갔다.

윤가은_너 진짜 편하게 하더라. (웃음)

김나연_그렇게 미리 알고 들어갔는데도 오디션을 보러 간 건지 게임을 하는 건지. 다른 오디션 때와 달리 정말 긴장을 안 했다.

김시아_난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그날도 엄청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나연 언니 말이 딱 맞다. 오디션을 보러 간 건데 재밌더라. 모르는 언니, 동생들하고 금방 친해지고.

배우 김시아·김나연(왼쪽부터).

-예림양은 오디션 보는 날 기억이 어땠나.

주예림_봤나? (일동 폭소)

윤가은_예림이는 처음 만나고 헤어질 때, 다음에 언제 볼 거냐고 너무 재밌다고 하고, 친구들도 예림이를 좋아했다.

주예림_드라마 오디션은 많이 봤는데 영화는 <우리집>이 처음이었다. 그날 짱구춤도 추고 그랬다.

김나연_예림이는 원래 모두 알던 사이같이 행동하더라. 처음 들어와서는, 안녕! 이러면서 다니고 짱구춤 추고. 쟤 뭐지? 했다. (웃음)

윤가은_내가 이 친구들을 평가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대화가 잘 통하는지, 즉흥극 때 서로 어떻게 대화를 주고받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아이들이 상대에 따라 언니가 됐다가, 친구가 됐다가, 동생이 됐다가 하며 달라지는데, 그걸 지켜보니 재밌더라. 이 친구들도 끝나고 재밌다고 더 하면 안 되냐고 했다. 밖에서 부모님들 기다리시는데. (웃음)

-감독님은 명실공히 어린 배우 디렉팅의 ‘권위자’로 등극하셨는데. (웃음) 이번엔 ‘어린이 청소년 연극놀이 전문가’(박영)도 참여하는 등 시작부터 준비가 철저했다.

윤가은_박영 선생님은 내 친한 친구인데, 어린이 청소년 연극놀이를 하는 연출자다. 그 친구한테 어린이 배우 캐스팅이나 연기할 때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상의를 많이 했다. 그래서 리허설할 때 2~3회 정도는 출연하는 모든 연기자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어린이 배우로 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김나연_리허설이 정말 편하고 색달랐다. 대본 없이 오로지 즉흥극으로 우리 생각을 이용해서 연기하는데 그 과정이 신기하고 좋았다.

김시아_아무래도 자유롭게 하는 거니까 재밌기도 하고 편했다. 그러다보니 대사가 많은 날은 좀 힘들 때도 있었다.

-언니들보다 외울 대사는 좀 적었는데, 예림양은 어땠나.

주예림_(웃음) 난 어려웠던 건 없고, 그냥 매일 다 재밌었다.

-<우리들>보다 어린 배우들의 연기 디렉팅이 이번에 진화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우리들> 때 감독님이 느낀 개선 지점, 발전 방향이 반영된 현장이었을 것 같다.

윤가은_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박영 선생님과 많이 상의했다. 이런 과정이 시나리오 쓸 때 많이 반영됐다. 아이들이 대사를 외워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나리오 쓸 때 그런 상황을 먼저 만들었다. 내가 요구하는 대사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아이들도 점점 어색한 건 못하더라. 너무 오글거린다나. (웃음)

김시아_<미쓰백> 때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이번과는 좀 다른 경우였고, 확실히 이전의 다른 촬영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대본을 보고 하면 대본에 써 있는 말투로 연기한다. 그런데 자기 말투로 하니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좀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대사가 많은데도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에게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촬영 수칙을 배우, 스탭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윤가은_<우리들> 찍을 때 배우들에게 미안함이 있었고, 이번에도 <우리들> 스탭들이 거의 다 같이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 말로는 했지만, 문서화해놓자는 생각이 들었다. 스탭들 생각을 듣고 반영해서 8가지 조항을 만들었다. 상주 스탭 말고 당일만 오는 스탭들도 있어서 같이 조심하자는 거였다.

김나연_촬영 첫날 가이드를 봤는데, 정말 놀랐다. 다른 현장도 잘 대해주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준 현장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를 정말 많이 생각해주시는구나 싶었다.

김시아_맞다. 나도, ‘아 이렇게까지 우리를 존중해주는구나’ 싶었다. 나도 이런 존중하는 마음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윤가은_어느 분이 9번 조항으로 ‘지키지 않을 시 어른에게 벌칙’도 만들자는 의견을 주시더라. 맛있는 걸 사주든지 엉덩이로 이름을 쓴다든지 이런 거 만들걸. 근데 나만 계속 벌칙에 당첨될 것 같았다. 실수를 내가 제일 많이 해서. (웃음)

김나연_감독님 너무 어리고 귀여우신 것 같다. (웃음) 어떨 때는 정말 감독님 같은데, 또 아이스러운 게 있다.

-‘눈높이를 맞춘다’보다는 감독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 같다.

윤가은_정신적으로 이 배우들이 나랑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야기도 잘 통하고, 어떤 부분은 나보다 생각이 깊다. 현장에서도 어른들 이상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참고 견딘다. 그래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배고프고 지친 걸 아는데도 서로 말 안 하고 촬영할 때다. 이 고비를 넘겨야 하는 걸 아니까 아이들도 참고 한다. 그 미안함 때문에 이런 수칙을 만들고 더 지키려고 한 것 같다.

배우 주예림, 윤가은 감독(왼쪽부터).

한번쯤은 참지 않고 풀어보기를

-15살, 중2인 하나의 오빠(안지호)만 하더라도 부모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나이다. 12살 하나는 다르다. ‘나의 집’이 아닌 ‘우리집’이 자신의 노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믿는 나이다. 그때의 세밀한 감정을 묘사했다.

윤가은_‘우리집’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해봤다. 그 말을 할 때 어떤 하나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나 역시 복잡한 감정이 든다.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집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그렇게 미스터리한 게 ‘우리집’이다. 정리할 수 없는 감정들이 쌓여 있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이런 게 우리집이구나. 있는 그대로 문제가 쌓이고 해결되고, 또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거고.

김나연_나도 가끔 부모님이 싸우는 걸 볼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나 내가 끼어들어 말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신기한 건 부모님이 싸울 때 따로 화해를 안 하시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린다. 진짜 풀리셨을까. (웃음) 나만 해도 이렇게 고민되는데 하나는 어땠을까.

주예림_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는데, 일하러 가시면 그동안 나를 위해서 그러신 거구나 생각이 들고, 잘해드려야지 한다.

윤가은_좀 아이러니한데 이 친구들이 같이 모여 있을 때, 거기가 우리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집을 확장해봤으면. 같이 사는 집만 우리집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만나면 거기가 우리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캐릭터와 친숙해지고 이해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부모님이 매일 싸워 고민인 하나의 심정을,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동생을 돌보는 유미의 심정을 각각 어떻게 이해했나.

김나연_나도 하나처럼 오빠가 있어서 친숙했다. 실제로 하나가 되어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이혼 위기가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한테는 굉장히 큰 고민이고 정말 ‘우리집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 거다. 하나의 마음으로 생각하니까 연기가 나오더라. 엄마 노트북에 우유를 엎지른 장면에서 내가 원래 잘못하면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아무 말도 못하는데 그래서 눈치보면서 하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김시아_나도 동생이 셋이고, 평소에도 아버지가 공군이셔서 공군버스를 타고 같이 학교를 가는데, 동생을 챙기다보니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별로 없고 그렇다. 유미처럼 부모님과 완전히 떨어져 사는 건 아니지만 유미의 마음이 이해되더라. 그래도 동생들이 좋다.

윤가은_나연이는 집에서 막내인데, 막내는 이렇게 한다는 선입견과 달리 되게 속깊은 친구다. 요리를 잘하는 하나 역을 위해 요리해본 적 있냐는 질문을 했는데, 나연이가 엄마한테 미역국을 끓여드렸다고 하더라. 미역을 어떻게 불리고, 소고기는 어떻게 손질하고…. 진짜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더라. 시아는 <미쓰백> 촬영 때라 아직 그 이미지는 내게 없었다. 굉장히 순하고, 동생들 생각을 많이 하고,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고. 속이 깊은 친구였다. 그런 면이 캐릭터와 어울렸던 것 같다.

-하나는 12살, 유미는 9살. 성인이 된 후와 달리 어릴 때 3살 차이는 엄청난데도 서로의 가족 문제를 나누면서 둘이 조건 없이 잘 통한다. 그런 가운데 갈등을 배치했다. 나랑은 처지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

윤가은_‘나도 힘든데 너도 힘들구나’ 이렇게 뭉쳤을 때는 힘이 되는데, 어느 순간 ‘그래도 네가 낫지’ 하면 ‘너는 나를 절대 이해 못해’ 하고 응수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갈등은 마찬가지고 서로 상처받는 지점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이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가족의 상처로 싸울 수밖에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건 ‘너는 성격이 왜 이래’ 같은 문제가 아니다.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싸울 때, 그런 후에 ‘언니 되게 힘들구나’ ‘얘도 힘들구나’ 그렇게 이해하는 과정으로 가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김나연_하나가 유미, 유진이랑 같이 집을 나와 유미의 부모를 찾아가는 버스 장면이 그래서 복잡했다. 나를 찾겠다고 계속 우리 가족들한테 전화는 오는데 받지는 못하고, 유미는 자꾸 내 전화를 보고. 유미한테도 잘해줘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주예림_난 그때 버스에서 내렸을 때 제일 힘들었다. 촬영 때문이 아니라 내가 벌레를 정말 싫어하는데, 모기도 있고, 거미까지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진짜 힘들었다.

-<스탠 바이 미>같이 집을 나가서, 그 여행이 실패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기본적인 구조다. 영화의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이자 서로를 배려하는 하나와 유미의 감정이 최고조가 된다. 이 영화에서 액션이 가장 많은 장면이다.

윤가은_전날 숙소 주차장에서 우리 미친 사람들처럼 연습했잖아. (웃음) 싸우는 장면 찍으려고.

김시아_하나 언니와 신경전은 있었지만, 격하게 감정을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부담감에 감독님에게 말을 했더니, 그럼 같이 연습하자고 해서 주차장에 간 거였다.

윤가은_내가 먼저 제안할 걸, 그 생각을 못하고 배우가 제안을 해줬다.

김나연_촬영 당일날 최고로 긴장했는데, 시아랑 대사를 주고받다보니 나도 달아올라 감정이 격해지더라. (웃음) 어쨌든 참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라 확실하게 속마음을 내놓는 것이 좋을 때도 있어서 그 장면이 속시원하더라.

김시아_정말 유미가 됐다 생각하고 화를 냈는데, 그걸 받아서 나연 언니가 너무 잘해줘서…. (웃음)

윤가은_나도 스탭도 놀랐다. 하나가 입술이 떨릴 정도로 억울해하고 유미가 눈물을 흘리는데, 그걸 보다가 나도 울고, 스크립터도 울고, 컷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웃음) 심지어 촬영이 끝났는데도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누워 있다가 왔다. 모두가 “감독님 안 되겠어요. 좀 쉬세요” 하더라. 그 와중에 예림이는 언니들 옆에서 하루종일 울어야 해서 힘들었다. 예림이는 굉장히 잘 운다. 원초적인 연기였다.

주예림_슬픈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이 슬프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난다. 그날은 언니들이 우니까 나도 같이 슬퍼지고 자연스럽게 울게 됐다.

윤가은_여행 시퀀스가 제일 어려웠다. 이 여정을 재밌게 만들어야 할까, 아이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마주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친구들이 영화 내내 집 안 문제로 고생했는데 이 여행만큼은 온전히 이 친구들만의 추억으로 만들어주자.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하는 순간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후반부의 바다 장면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영화 내내 참던 친구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참지 말고 온전히 풀고 왔으면 했다.

배우 김나연·김시아·주예림, 윤가은 감독(왼쪽부터).

의무감이 아니라 재밌어서 만든 영화

-연초 ‘올해의 기대작’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적인 영화를 구상했다고 했는데, 카메라가 근접거리에서 아이들의 액션을 최대한 밀착해 따라다니며 생동감 있는 동작을 잡아낸다.

윤가은_촬영감독님이 하나의 아이레벨은 무조건 지키자고 원칙을 정했는데, 막상 그걸로 부족한 게 셋이 키가 너무 달랐다. 하나와 유미의 키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 투숏이 가능한데, 거기 맞추면 유진이가 잘린다. 유진이까지 들어가게 하면 숏이 넓어지고. 그래서 셋 안에서 자유롭게 레벨을 조절하는 걸로 원칙을 바꿨다. 이 영화가 동네 모험물이 됐으면 해서 아이들이 움직이는 걸 적극적으로 담고 싶었다. 어떤 풍경 안에 아이들이 있는지 정서적 환기를 카메라도 같이 따라잡고, 풍경 속에서 아이들의 움직임을 담았다. 변수도 많았는데, 한달 지나고 나서 촬영감독님이 ‘애들이 키가 좀 큰 것 같아. 미묘하게’ 하시더라. (웃음) 5회차 때 나연이가 넘어져서 다치기도 했다. 뛰는 장면이 원래 더 많았는데, 이후에 다시 수정했다.

-<우리들>과 겹치는 동네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고민으로, 또 <우리들> 배우들의 깨알같은 카메오 출연까지. (웃음) ‘윤가은 동네 유니버스’를 완성했다(같은 제작사 아토ATO, 주요 스탭도 동일하다). 이러면 정말 3편까지 가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윤가은 감독의 색깔을 확인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윤가은_<우리들>의 아이들이 자란 동네에서 또다시 그보다 동생 같은 아이들이 문제를 겪는다는 거. 지아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선의 가족이 동네에서 분식집을 하고, 또 보라가 하나 오빠의 여자친구고 이런 연결을 보여주는 게 관객에게도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소녀들의 이야기가 아직 바깥으로 잘 표현이 안 되고 있는데, 한때 소녀였던 나 같은 사람이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일단 무엇보다 내가 너무 재밌다. 의무감이 아닌 재밌어서 하는 거구나, 이번에 인정했다. ‘나, 이런 이야기 진짜 좋아하는구나. 내 취향이구나.’ (웃음)

김시아_촬영할 때는 흐름은 알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끝날까 궁금했는데, 아 이런 영화구나. 결말에서 자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게 너무 좋았다. 모두 공감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예림_가족영화라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난 전화기에 대고 ‘똥이나 많이 싸’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때 너무 재밌었고, 그걸 극장에서 볼 때 즐거웠다. (웃음)

김나연_친구들이 영화관에 가서 내 얼굴을 사진 찍어서 보낸다. 진짜, 하지 마라 화낼 수도 없고. (웃음) 그래도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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