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습니다.” 독립군 포로로 붙잡혔다가 되돌아온 유키오(다이고 고타로)는 학살을 지켜본 소감을 묻는 월강추격대 대장 앞에서 금기의 언어를 내뱉고 만다. 대장의 표정은 즉시 일그러지지만 소년의 눈동자엔 영민한 정의감만이 번뜩인다. 만주 봉오동의 산새를 누비며 일본군을 대파한 조선 독립군의 사투를 그리는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에 대한 묘사가 납작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모두가 여지없이 야만적으로 묘사되지만, 유키오만큼은 다르다. 독립군 무리를 따르는 소년 개똥(성유빈),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춘희(이재인)와 함께 황급히 피신하는 와중에도 계곡에서 서로 장난을 칠 만큼 천진난만한 성품의 소유자다. 절대적인 안타고니스트 무리 속에서 유일하게 관객에게 손을 건네는 캐릭터는 다이고 고타로라는 신선한 얼굴의 출현으로 시너지효과를 얻었다.
다이고 고타로는 만화체로 그려놓은 것처럼 귀공자 같은 생김새를 자랑하지만, 얼굴에 표정이 드러날수록 고향에서 막 상경한 시골 소년 같은 친근한 인상에 가까워지는 매력의 소유자다. <봉오동 전투>에서 소년병을 연기하기 전에는 일본 연극계에서 <하이큐-!!> <자전거 페달> 같은 만화 원작의 스포츠 소년물에 출연하면서 활동적인 이미지를 어필했다. 한국 촬영 중 감자탕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스스럼없이 짓궂은 포즈를 취하는 등 그가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엔 상쾌한 기운이 넘친다. 2000년생으로 올해 18살이 된 다이고 고타로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지금까지 단 두 편. 10월 국내 개봉을 앞둔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2016)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다이고 고타로는 이 작품에서 도쿄로 가출해 오컬트 잡지사에 취직한 주인공 호다카의 목소리를 맡았다.
영화 2019 <봉오동 전투> 2019 <날씨의 아이> 목소리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