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지만, 새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제작진은 꼭 첫회에 중년 남성 탤런트 C씨를 부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입담이 좋고 능숙하게 분위기를 띄우기 때문에 뭘 해도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아니 그때나 지금이나 믿고 섭외할 만한 ‘1회 전문 게스트’는 이효리인 것 같다.
유재석이 그날의 초대손님과 함께 육체노동을 하며 번 일당을 각자 좋은 일에 쓴다는 형식의 tvN <일로 만난 사이>는 아주 새롭거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에는 예능적 ‘재미’가없고, 일을 제대로 하다 보면 토크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나 유재석 하면 어려워하고 ‘유라인’으로 가고 싶어 하고 재석형~ 재석 오빠~ 이러는데, 뭐 저는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라고 말해도 미움받지 않는 유일한 연예인 이효리는 예측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시청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월경이나 부부간 스킨십 얘기를 꺼내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든 그는, 과거에 함께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재미 삼아 “나이 많다고, 허리 길다고 놀리고” 한 데 대한 유재석의 사과를 받아내며 예능에서 관성적으로 행해졌던 잘못을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역시 이효리는 ‘1회 전문’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캐릭터다. “(나는) 너무 슈퍼스타였잖아. 보통이 아니라” 같은 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 어디서나 누구보다 웃긴 여성의 모습을 좀 더 오래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