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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면 울리는>, 좋아해, 널 좋아해
2019-09-17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애플'이라니! 굉장한 설정이다. 꼬리를 무는 의문을 따라가기만 해도 즐겁다. 마음을 애플로 확인하고 증명하는 세상이 되면 커플의 숫자는 이전보다 늘어날까, 줄어들까? 여럿을 동시에 좋아한다면, 알람이 그들 모두에게 울릴까,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울릴까? 내 맘 나도 모를 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애플로 골라낼 수 있을까?

가능한 모든 변수와 조건의 답은 천계영 작가의 원작 웹툰에 있고 드라마로 제작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은 보고 듣는 쪽에 재미가 있다. 10m 안에서 작동하는 애플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시각화하고, 웹툰에서 얻지 못하는 감각, 소리를 다루는 방식도 좋다. 수시로 ‘디리링~’ 울리는 알람음에 집중하다 보면 주인공 김조조(김소현) 주변에 울리는 다른 전자기기 소리에도 귀가 트인다.

애플이 출시되고 여기저기 울리는 알람음에 모두 설레고 들떠 있던 날. 조조는 스마트폰이 구형이라 애플을 설치하지 못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생 조조는 연신 울리는 무선벨의 ‘딩동’ 소리에 바쁘게 일하는 처지다. 조조가 앞으로 누구의 ‘좋알람’도 울릴 수 없게 된 날에는 이모네 편의점에서 재고를 정리하며 바코드 스캐너를 찍는 ‘삑삑’ 소리가 유독 사무치게 들리기도 한다. 조조가 연재하는 그림 제목이 ‘울리는 세계’였다. 그 세계에 좋아하면 울리는 소리만 있겠나. 주문하면 울리는 소리, 통장입출금 문자알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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