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뚤어진 집> 모두가 범인일 수도, 혹은 누구도 범인이 아닐 수 있다
2019-09-18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대부호 레오니디스가 사망한 뒤숭숭한 집에 탐정 찰스(맥스 아이언스)가 발을 디딘다. 온 가족의 불신을 사는 젊은 미망인 브렌다(크리스티나 헨드릭스)와 친절하지만 의뭉스러운 안주인 이디스(글렌 클로스), 속내를 알 수 없는 가정교사 브라운과 매력적인 만큼 미스터리한 손녀 소피아(스테파니 마티니)까지. <비뚤어진 집>이라는 제목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기이하게 어그러진 인물들이 영화 내내 뒤얽히며 충돌한다.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모두가 범인일 수도, 혹은 누구도 범인이 아닐 수 있다. 사건 해결에 능숙하지 않은 젊은 탐정 찰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레오니디스 집안의 비밀은 도저히 풀 수 없이 엉켜버린 실타래 같다. 예상치 못한 범인의 뜻밖의 살인 동기가 밝혀지는 순간은 누군가에겐 충격적인 반전으로, 누군가에겐 100분 넘게 달려온 복잡한 서사의 리듬이 툭 끊기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크리스티 본인이 직접 선정한 베스트10선에 오른 작품이다. 원작의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전개에 대한 의식인지 영화는 때로 너무 많은 말을 하려다 탄력을 잃기도 한다. 밀도 높고 짜임새 있는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이의 만족감을 얻어낼 만한 영화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지만, 명배우 글렌 클로스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팽팽한 긴장감을 잘 살린 저녁 식사 시퀀스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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