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독창적인 연출로 장르를 넘나든, 대니 보일 감독의 대표작 5
2019-09-23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예스터데이>

독창적인 연출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 대니 보일 감독. 그의 신작 <예스터데이>가 9월18일 국내 개봉했다. 하룻밤 사이에 비틀즈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전 세계 사람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비틀즈의 음악을 기억하는 무명 뮤지션 잭(히메쉬 파텔)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이야기다. 기존의 음악 영화와 달리 설정부터 독특한, 확실히 대니 보일 감독 다운 영화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흥행과 비평적 성취 모두 주춤하고 있는 추이지만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의 스타일은 여전한 듯하다. <예스터데이>의 개봉과 함께 번뜩이는 감각이 돋보였던 대니 보일 감독의 대표작 다섯 편을 돌아봤다.

대니 보일 감독

<트레인스포팅>

<트레인스포팅>

영국 출신의 대니 보일 감독은 1994년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쉘로우 그레이브>로 호평 속에 데뷔했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추어 동시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품이 <트레인스포팅>이다. 마약, 도둑질, 사기 등 영국 10대들의 도를 넘어 신 일탈을 그린 영화.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톤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 성장물이다. <트레인 스포팅>은 머릿속 나사가 풀린 듯한 캐릭터들,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 통통 튀는 펑키한 O.S.T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남다른 개성을 자랑했다. 주인공 랜턴(이완 맥그리거)이 마약을 찾으러 변기 속으로 들어가 헤엄치는 장면, 죽은 아이에 대한 악몽을 꾸는 장면 등은 지금 봐도 신선할 정도. 그 결과 영국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찬사를 받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출세작인 <펄프 픽션>과 비견되기도.

<트레인스포팅>

<28일 후...>

<28일 후...>

장르의 마술사답다. <트레인스포팅> 이후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대니 보일 감독은 2002년 호러에 도전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와 함께 2000년대 좀비 명작 하면 빠지지 않는 <28일 후...>가 그 주인공.(시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확히 따지면 좀비영화가 아니지만, 유사한 특성으로 좀비영화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정체 모를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해 황폐화된 세상 속에서 생존기를 벌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28일 후...>의 가장 큰 의의는 지금은 익숙한, 뛸 수 있는 좀비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 느린 좀비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감염자들이 미친 듯이 달리는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덕분에 충격적인 스릴을 선사하며 장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28일 후...>

<선샤인>

<선샤인>

<선샤인>은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SF다. 멸망에 다다른 태양을 살리기 위해 우주로 떠난 아카루스 2호 대원들. 그들은 7년 전 실종됐던 이카루스 1호를 발견, 지구와 교신이 끊어지며 혼란에 빠진다. 혹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영웅적 인물들의 사투'가 아니냐고? 평범함을 거부하는 대니 보일 감독이 그럴 리가. 그는 SF 소재에 드라마, 스릴러, 심지어 종교적 메타포까지 섞어내 철학적인 우주영화를 완성했다. 무겁고 진중한 톤은 유지되지만 여러 사건들로 시시각각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작품. 거기에 원래도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던 대니 보일 감독의 연출에 장르 특성까지 더해져 눈을 사로잡았다. 타오르는 태양이 등장하는 주요 장면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몰입감을 자아냈다. 반면 스토리 면에서는 부족한 개연성, 부연 설명 등으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선샤인>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감독 최고의 커리어로 남은 작품은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8관왕을 안겨준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빈민가에서 태어난 람(데브 파텔)이 막대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처럼 액자식 구성으로 퀴즈쇼와 과거가 교차되며 반전, 감동 포인트를 살렸다. 소설과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서 더욱 명확해진 메시지, 스토리로 '잘 각색한 영화'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자칫하면 억지스러울 수 있는 폭력, 사연 등을 과하지 않게 보여주며 짙은 드라마를 끌어낸 <슬럼독 밀리어네어>. 거기에 영상화의 장점인 시각, 청각의 풍요를 극대화해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127시간>

<127시간>

마지막은 등산가 아론 랜스턴의 실화를 그린 <127시간>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낙석 사고로 바위에 팔이 껴 그랜드 캐니언에 갇히게 된 아론(제임스 프랭코)의 탈출 과정이다. 심지어 거의 제임스 프랭코 혼자 극을 이끌어가며 공간 역시 한정된 바위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그 속에서 대니 보일 감독은 아론이 느꼈을 생각과 심리들에 집요하게 집중했다. 죽음을 앞둔 아론은 당황, 절망, 분노 등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간다. 이와 함께 떠오르는 빛나거나 암담했던 과거의 기억들까지. 빠른 호흡으로 엮어낸 일련의 과정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화룡정점이라 할 만큼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만화처럼 쪼개지는 화면들, 현실인지 꿈속인지 모를 법한 몽환적인 분위기 등 대니 보일의 천재적인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다.

<12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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