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보면 빠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은 굴러가는 낙엽까지 합심해서 송강에게 반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원래 20만여명이었던 그의 SNS 팔로워는 8월22일 시즌1 공개 후 80만명 이상까지 치솟았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반경 10m 이내에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애플리케이션, ‘좋알람’에 얽힌 세 남녀의 애정사를 다룬다. 고등학교 시절 조조(김소현)와 사랑에 빠지는 선오(송강)는 천계영 작가의 원작 웹툰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적절한 각색과 배우 본연의 매력을 더한 드라마판은 그보다 강력하게 ‘선오파’(두 남자주인공, 혜영(정가람)과 선오 중 후자를 더 좋아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인기 모델 출신이라 그냥 걷기만 해도 알람이 십수번 울리는 선오는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가장 만화 같은 설정을 갖고 있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쳐야 할 때도 많다. 유치해 보이지 않도록 연기할 때 의식한 부분이 있나.
=처음엔 나도 힘들었다. (웃음) 왠지 스탭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근데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막판엔 당당해졌다. 첫 주연작이란 부담감 때문에 시청자에게 비호감으로 비치면 어떡하나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선오의 감정만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그게 더 보기 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일일이 의식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나은 연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조조와의 이별에 충격을 받은 선오는 “내가 어떻게 식어가는지 지켜보라”고 독하게 말한다. 하지만 4년 후에도 선오의 ‘좋알람’은 울린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그렇게 밑바닥까지 가면 보통 감정이 없어질 텐데. 그런데 선오는 가장 좋았던 순간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지 않았나. 그러니 더 미칠 것 같고 첫눈에 반해서 감정이 더 이어지는 것도 있을 거다. 복합적인 생각이 들면서 선오의 심리에 공감이 갔다.
-아직 시즌2 제작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내용이 있나.
=조조와 선오가 출연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 <짝짝짝> 에피소드. 시즌1보다 좀더 무게감 있고 성숙해진 선오를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의 전개는 잘 모르겠지만 조조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고 싶다. 음… 아마 원작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재수를 해서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했다.
=고3 때 친구들 따라 연기학원에 몇번 간 것은 막연하게 서울 가는 게 좋아서였다. 원래 고향이 수원이라 양재역이 마치 미국처럼 느껴졌다. (웃음) <타이타닉>(1997)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키웠다. 서울권 대학에 수시합격을 하면서 배우로 성공한 것처럼 자만했다. 그러다 1년을 허투루 보냈다.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해 현 소속사 나무엑터스 오디션을 5차까지 본 후 합격했을 땐 더 큰 자만심이 생겼다. 그렇게 또 1년을 흘려보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2년을 날린 거다. 그렇게 데뷔가 늦어지면서 더 다급해진 것도 맞다. 하지만 덕분에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도 정신을 못 차렸을 거다. 처음엔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과 학생들 특유의 활달함이 있는데, 그에 반해 본인은 조용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집돌이’라고. 신인배우들은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일부러 다양한 경험을 자처하지 않나.
=그래서 연기과에서도 ‘아싸’였다. (웃음) 불금이나 불토가 되면 수많은 사람 사이에 껴 있는 게 싫어서 헬스장도 더 일찍 갔다 온다. 가장 큰 일탈이 집 근처 마트에서 장 보는 거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거니까! (웃음) 물론 배우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성격이 이래서 또래 배우에 비해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캐릭터는 이런 성향의 내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타고난 성격을 억지로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
TV 2019 <좋아하면 울리는> 2019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2017 <밥상 차리는 남자> 2017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