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투명성’. 메가폰코리아 김철원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단어다. 캐스팅 과정의 중간다리가 되어 배우와 감독 혹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일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안고 시작한 플랫폼이 메가폰코리아다.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나 연기 강사 등의 명사를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고, 연기 영상 무료편집 강연을 진행하는 등 “무조건 배우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모토하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을’이 될 수 밖에 없던 배우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타석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 김철원 메가폰코리아 대표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직 메가폰코리아가 낯선 이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메가폰코리아는 기본적으로 제작자와 배우, 즉 아티스트의 연결고리가 되는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영화가 중심이었고, 이제는 드라마, 예능, 광고모델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어떻게, 왜 시작하게 된 플랫폼인가.
=졸업 후 미국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대학 동기인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2006)를 제작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제작사로 프로필을 가지고 오는 수많은 배우와 몇 백장씩 쌓이는 프로필을 보고 그들의 간절함에 대해 생각했다. 운 좋게 제작자로 영화 일을 시작해 영화 흥행과 만듦새에 대한 고민만 했었는데 그들의 절실함을 발견하고 배우들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배우들에게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디션 절차는 늘 불투명하지 않나. 제작사측에서는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새로운 연기자를 발굴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과정 역시 한계가 있다. 2005년쯤 뉴욕에 출장 갔다가 미국의 다양한 오디션 잡지와 현장을 접하며 한국에 비해 투명한 오디션 절차와 비교적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 기회를 확인했다. 뉴욕 출장과 영화 제작의 경험이 맞물려 오랜 기간 고민하다 2016년 9월에 만든 플랫폼이 메가폰코리아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을 필두로 오디션 붐이 일어 회사 설립이 더 늦어졌다. 시류에 편승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플랫폼이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메가폰코리아 홈페이지(http://www.megaphonekorea.com)에서 누구나 프로필을 등록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공정한 기회 분배와 투명한 절차’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이것의 답을 4차 산업 AI에서 찾으려 한다. 사람 손으로 처리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배우들이 메가폰코리아 홈페이지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면 컴퓨터가 사진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미지에 따른 키워드’를 부여한다. 이어 기존의 필모그래피와 우리 사이트를 통해 오디션 등에 참여한 이력을 기반으로 ‘활동에 따른 키워드’를 부여한다. 이런 기술을 통해 공정한 기회 분배와 투명한 절차를 확보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배우들은 아무리 프로필을 돌려도 회사에서 이걸 보기는 하는지, 그냥 버려지는 건 아닌지 알 길이 없지 않나. 오디션부터 캐스팅 과정 전체를 온라인화했다. 지원서 열람부터 합격까지 단계별로 문자 알람이 가며, 사이트 내 본인 페이지에서도 전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1차 합격 시 몇점, 최종 합격 시 몇점 등 포인트가 쌓이고, 감독 및 제작자의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창이 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지만 지원하는 오디션마다 족족 연기가 부족하다는 코멘트를 받는 배우가 있다고 치자. 이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다든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도전한다든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일반적인 오디션 현장에서는 어떠한 피드백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게 신인배우들이나 배우 지망생들의 현실이다. 아직 작은 회사지만, 이러한 노력으로 결국 이 산업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홈페이지 내 ‘매니지먼트’ 탭에는 다양한 배우와 소속사가 링크되어 있다.
=미국의 ‘패키지 딜’과 같은 개념이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바로 유명 소속사에 컨택하기 어려울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소속사와 미팅 후 마련한 자리다. 예를 들어, A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은 신생 제작사가 있다고 치자. 메가폰코리아를 통해 시나리오를 등록하면 우리가 연결고리가 되어 A배우가 속해 있는 B소속사에 전달해준다. 소속사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A배우가 출연하게 된다면 배역 중 일부는 메가폰코리아에 등록된 배우 중에서 캐스팅하는 식이다.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싶다.
-한달에 한번, 현직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직접 오디션을 보는 ‘디렉터스 Pick’이 눈에 띈다.
=벌써 1년 정도 됐는데,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유명한 일화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봉준호 감독이 어느 영화의 조감독 시절 오디션에 참여했던, 당시에는 무명이던 배우 송강호에게 정말 인상 깊은 연기를 잘 봤지만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감동한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꼭 출연하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5년 후 송강호 배우가 봉준호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에 흔쾌히 출연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그 작품이 바로 <살인의 추억>(2003)이라는 이 이야기, 아마 많이들 알고 있을 거다. 봉준호 감독님이 ‘디렉터스 Pick’에 참여해준다면 신인배우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웃음) 우리는 1인당 15분 정도,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오디션을 보고 이후 연기에 관한 코멘트도 남긴다.
-배우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울 것 같다.
=물론이다. <협상>(2018)의 이종석 감독과 ‘디렉터스 Pick’ 오디션을 개최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본인도 인물 조감독 시절 감독이 원하는 배우를 찾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새로운 영화가 시작될 때마다 계속 다시 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메가폰코리아 얘기를 듣더니 꼭 필요한 데다 효율적이기까지 한 플랫폼이라며 흔쾌히 ‘디렉터스 Pick’에 참여해주셨다. 이종석 감독의 오디션 소식에 1천명 넘는 배우들이 지원했고, 1차로 60여명을 선발해 이틀간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에 참여한 많은 배우가 눈물을 보이더라. 오디션 과정에서 들은 격려와 조언 덕에 다시 힘을 내 도전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다. 많은 배우들이 메가폰코리아를 통해 현직 감독이나 제작자를 만나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설립 3년차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이제 한국 배우가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이를 한국 관객만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변화된 상영 플랫폼과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아시아 배우들을 전부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는 사이트로 발돋움하고싶다. 또 다른 3년 그 이후에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제작자들이 아시아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우리 플랫폼을 확인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메가폰차이나, 메가폰 베트남 등으로 확장하는 게 최종 목표다. 돈은 그때부터 벌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