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쟁쟁한 한국 독립영화 두 편이 동시에 개봉했다. 최희서 주연의 <아워 바디>와 이주영 주연의 <메기>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배출했다는 것과 10월 3일 개막하는 2019년 BIFF에 맞춰 관객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진중한 드라마 <아워 바디>와 독특한 코미디 <메기>. 상이한 분위기의 두 영화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들처럼 BIFF에서 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들에는 누가 있을까. 독립을 넘어 상업까지 진출한(혹은 진출 예정인) BIFF 배우상 출신 스타 6인의 캐릭터를 돌아봤다.
<죄 많은 소녀> 전여빈 / 2017년 올해의 배우상
첫 번째는 2017년 올해의 배우상 수상자인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이다. <간신>, <우리 손자 베스트>, <여배우는 오늘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는 친구의 실종 용의자로 지목된 영희를 맡아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격양되거나 소리치는 장면 없이 늘 침묵을 유지하지만 표정만으로 숨이 막히는 몰입감을 자랑했다. 역시 연기는 대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셈. 전여빈은 오디션 현장에서 실제로 인생에서 죄책감을 느꼈던 때,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었던 경험 등을 털어놨다고 한다. 그 감정들이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덕분에 <죄 많은 소녀>는 2017년 BIFF 최고의 화제작이 되며 뉴 커런츠상을 수상, 전여빈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 기세를 이어 현재 전여빈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또한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쟁쟁한 신작들을 앞두고 있다.
<꿈의 제인> 이민지, 구교환 / 2016년 올해의 배우상
대부분 올해의 배우상은 두 작품에서 각각 한 명의 배우를 선정했다. 그러나 2016년 올해의 배우상은 한 작품에 출연한 두 배우에게 돌아갔다. <꿈의 제인>의 이민지, 구교환이다.
여러 독립영화과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인지도를 쌓은 이민지. <꿈의 제인>은 그녀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굳혀준 작품이다. 가출 청소년을 소재로 했지만 <꿈의 제인>은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그들의 폭력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주인공 소현(이민지)이 느끼는 우울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이민지는 말간 얼굴과 초점 잃은 눈동자로 소현을 표현했다. 담백한 연기가 주가 됐지만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은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이민지와 함께 관객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배우가 구교환. 따듯한 심성과 상처를 동시에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 역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중심이자, 애환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 제인을 연기하기 위해 구교환은 10kg을 감량,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를 발전시키는 갖은 노력을 가했다. 단순히 트랜스젠더를 흥미를 위해 소비하지 않으려는 제작 의도에 끌려 역할에 진심을 바쳤다고. 덕분에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완성했다.
<거인> 최우식 / 2014년 올해의 배우상
<파수꾼>의 이제훈, 박정민과 더불어 BIFF가 낳은 소년이 아닐까.(<파수꾼>은 뉴 커런츠상은 수상했지만, 배우상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거인>의 최우식이다. <부산행>과 <기생충>으로 벌써 두 편의 천만영화를 장식했지만 그의 '인생 캐릭터'에서 <거인>의 영재가 빠질 수 없다. 위탁 시설에서 생활하는 영재에게는 힘겨운 상황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는 엇나가지도 못하는 여린 마음의 소년. 거짓말, 도둑질 등 악행도 저지르지만 발버둥에 가까운 모습으로 차마 비난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용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인>. 최우식은 이에 걸맞은 현실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BIFF 올해의 배우상은 2014년 새롭게 탄생한 부문이다. 대신 이전에는 한국영화감독 조합상-남자배우상, 여자배우상이 있었다. 아래는 이를 수상한 두 배우들이다.
<1999, 면회> 안재홍 / 2012년 한국영화감독조합상-남자배우상
현재 충무로,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인 안재홍. 그의 시작점을 <족구왕>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첫 장편 주연작은 따로 있다. <족구왕>을 제작한 광화문 시네마의 첫 영화 <1999, 면회>다. 군대에 복무 중인 민욱(김창환), 그에게 면회를 가는 상원(심희섭), 승준(안재홍) 세 친구의 좌충우돌을 그린 작품이다. 안재홍의 아이덴티티인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함'이 시작된 것도 여기서. 안재홍은 리얼한 생활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그에 못지않게 김창환, 심희섭도 20대 초반 남자들의 철없고 어리숙한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세 배우가 한국영화감독조합상-남자배우상을 공동 수상했다.
<댄스타운> 라미란 / 2010년 한국영화감독조합상-여자배우상
명품 조연에서 지금은 주연배우로 우뚝 선 라미란도 BIFF 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던 배우다. 그녀는 전규환 감독의 '타운 삼부작' 증 마지막인 <댄스타운>으로 첫 주연작을 장식했다. 라미란은 남한으로 온 탈북여성 정림을 연기, 영화는 그녀의 처절한 삶을 끈질기게 포착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참상과,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남한 사회의 매정한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독한 외로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한 절망, 아예 희망을 잃어버린 덤덤함까지. 라미란은 정미의 심정을 거부감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라미란이 코미디에만 국한된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