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이름 앞에서 나는 언제나 절망을 느꼈다. 그의 천재성에 휘둘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천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절감했기에 천재 앞에서 나는 그저 경탄하고 어떻게든 배우려 노력할 뿐 절망하지 않는다. 내가 좌절한 건 다름 아닌 그의 음악적인 넓이와 깊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두고 내 주위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누군가는 찬사를 보내는 와중에 누군가는 기대만 못하다는 독후감을 적고 있는 모양새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일치된 의견 하나가 있으니 “이번에도 음악은 죽인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언제나 음악으로 나를 무릎 꿇게 한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듯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뇌 속에 저장할 수 있는지 멱살을 잡고 묻고 싶을 정도다. 굳이 비율로 따져보면 절반 조금 넘는 것 같다. 그의 사운드트랙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곡이 있을 확률 말이다. 나머지 절반 앞에서 나는 땅을 치며 “타란티노오오오~”를 부르짖는다. 내가 꼽는 쿠엔틴 타란티노 최고의 장면과 음악을 언급해야 할 차례다. 팸 그리어가 등장하는 오프닝 신에 흐르던 이 음악, 바비 워맥의 <Across 100th Street>. 아, 너무 끝내줘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이 장면만 딱 잘라서 매일 보고 싶을 정도다. 쿠엔틴 타란티노도 “내가 찍고 선곡했지만 죽이네”라고 자화자찬했을 게 분명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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