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묻고 더블로 가! 10년도 더 지난 영화 <타짜>(2006)에서 순정파 보스 ‘곽철용’을 연기했던 김응수 배우의 때아닌 전성기가 도래했다. 그래서 이번호에 김성훈 기자가 그를 만났다. 다른 매체에서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 그리고 본인도 이번 기회에 일본에 연락하여 알게 된 진짜 일본 유학 시절 데뷔작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무튼 개그맨 이진호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의 팬임을 밝히고 <타짜>의 거의 모든 대사를 외운다고 하여 어떤 촉매제가 된 것 같은데, <타짜>를 수백번 봤다는 그는 방송인 유병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타짜> 덕력 시험평가를 치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응수의 팬으로서도 역시 같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여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덕력 시험평가를 치르며 김응수가 연기한 최 검사의 대사까지 읊었다. “너 최형배랑 최익현이 집안사람인 거 알고 있었어?”
이번호 인터뷰에서 김응수는 지난해쯤부터 “촬영장이나 식당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서 곽철용 대사를 해보이곤 했다”며 그렇게 <타짜>를 열번, 스무번 봤다고 고백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났다고 했다. 뜻하지 않게 이런 분위기는 나도 느끼고 있었다. <필름2.0>에서 일하던 당시 <타짜>의 김응수 배우를 인터뷰했던 기사가 여기저기 꽤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름2.0> 홈페이지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라, 누군가 따로 옮겨놓았던 블로그나 일부 문답 내용을 캡처한 짤이었다. 실제로 어떤 분은 메일을 보내와서 혹시 당시 인터뷰 전문이 있는지, 잡지에 실리지 못한 추가 내용이 있다면 보여줄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아무튼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번 캐릭터 분석이 철저한 그가 “영화 속 화란(이수경)과의 관계도 나는 처음에 좀 관념적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화란을 좋아하는 것이고 화란의 술집도 어떻게 보면 곽철용의 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거라고 봤다. 그런 얘기를 건네며 캐릭터를 분석했더니, 최동훈 감독이 ‘아, 형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마. 곽철용은 그냥 어떻게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러더라”라며 웃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며 “함께 ‘달건이’ 생활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백명이라 치면 그중에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라고, 유일하게 자기만 살아남았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그가 바로 고니(조승우)의 연장을 맞고 죽는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은 제대 직후 운명처럼 만난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1994)이 자신을 감독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한 적 있다. 오프닝 신에서 레스토랑에 앉아 있던 펌킨(팀 로스)과 허니 버니(아만다 플러머)가 은행보다는 이런 레스토랑을 터는 게 더 가능성이 높다며 의기투합하고, 이내 “사랑해, 펌킨” “사랑해, 허니 버니”라고 사랑을 확인한 다음 “Everybody be cool, this is a robbery!”(펌킨), “Any of you fuckin’ pricks move and I’ll execute every motherfuckin’ last one of you!”(허니 버니)라고 말하며(당시 번역은 “모두 꼼짝 마, 우린 강도다”, “발가락만 움직여도 머리통을 날려버린다”였다) 강도질을 시작하는데, 당시 <데뷔의 순간>이라는 인터뷰집을 작업하며 만난 최동훈 감독이 마치 곽철용을 성대모사하는 개그맨 이진호처럼 신나게 그 영어대사를 단숨에 읊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돌고 도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이를 두고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른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이번호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 또한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