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번할까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상 최초로 \'이혼식\'으로 시작한다
2019-10-16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두번할까요>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상 최초로 결혼식이 아닌 ‘이혼식’으로 시작한다. 속옷회사 영업부 과장인 현우(권상우)와 영화번역가 선영(이정현)은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마치고 이혼식을 연다. 이혼식을 통해 관계의 종말을 선언했던 현우와 선영이지만 예기치 않게 꼬인 사건들로 인해 인연이 이어져나가는데, 그런 두 사람의 틈에 현우의 고등학교 동창인 수의사 상철(이종혁)이 등장한다. 만취한 채 한강에 빠졌던 선영을 구해준 연으로 썸을 타기 시작하는 상철과 정현,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마냥 기쁜 마음으로만 지켜볼 수 없는 현우는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삼각관계 속에서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돌이켜보게 된다.

<두번할까요>는 배우들의 힘에 의존하는 영화다. 이혼식이라는 소재를 빼면 플롯 자체가 신선하거나 색다를 것 없이 진부하고 뻔한 편이다. 이혼한 현우와 선영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펼쳐지는 전반부와 상철이 끼어들어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미묘한 대립의 후반부로 이뤄지는 영화는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갈등을 마무리한다. 나름의 반전이라고 할 만한 후반부의 설정이 있지만 특별하거나 감동적이진 않다.

<두번할까요>에서 관객이 가장 크게 폭소를 터트릴 만한 부분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3)의 패러디 신이다. 현우와 상철의 학창 시절 회상 신에서 두 사람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권상우)와 종훈(이종혁)이 되어 그 유명한 ‘개싸움’을 재현하는데, <말죽거리 잔혹사>를 인상깊게 본 관객이라면 재미있게 볼 장면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에서 광기 어린 복수자 수남 역할을 뛰어나게 소화했던 이정현의 연기 변신 또한 눈에 띈다. 현우와 상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얄궂은 언행을 보여주는 선영은 이정현의 사랑스러운 연기를 통해 차마 미워할 수 없는 히로인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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