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신문기자> 정부와 언론의 문제가 단지 동시대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9-10-16
글 : 임수연

4년차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심은경)가 일하는 토우토 신문사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신규 대학 설립 계획서를 받는다. 문서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이 아닌 내각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정식 관료가 거의 없는 내각부에서 대학을 설립한다면 무언가 외부 권력이 작용했을 거라고 기자들은 의심하지만, 정부가 사사건건 보도 내용을 검열하는 상황에서 이를 심층 취재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 일본은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부가 강력한 권리를 쥐고 있고, 내각정보조사실은 총리의 직속 조직 역할로서 여론을 조작한다. 총리의 측근이 미투 고발을 당하면 내각정보조사실이 직접 피해 여성의 개인정보나 가짜뉴스를 뿌리는 등 네티즌을 자극하는 식이다. 외무성에서 내각정보조사실로 막 자리를 옮긴 스기하라 타쿠미(마쓰자카 도리)는 예상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내각정보실의 실체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스기하라의 옛 상사였던 내각부 소속 칸자키 토시나오(다카하시 가즈야)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지켜온 것일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투신자살하는 일이 벌어진다. 망연자실한 스기하라 앞에 익명의 제보자가 칸자키였다고 확신하는 요시오카가 나타난다.

극중 사건은 실제 일본 아베 총리가 연루됐던 사학 비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신문기자>가 저널리즘에 관한 영화이면서 아베 정권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의미를 함께 담는 이유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도 시위가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기사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SNS로 발언하는 기자의 모습은 비단 일본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요시오카의 아버지가 미일 양국을 오가며 좋은 기사를 많이 썼던 언론인으로 각광받았으나 ‘오보’를 내보냈다는 누명을 쓰고 죽음에 이른 일이 자식 세대로 되물림되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문제가 단지 동시대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미국에서 자란 일본인 기자를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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