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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 언론자유에 대한 일본인의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
2019-10-24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신문기자>는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를 캐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총리 직속의 내각정보조사실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한 기자가 이를 뒤쫓는다. 영화는 일본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고발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정치사회적인 영화로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물론 <신문기자>는 일본 사회의 모순과 언론의 부조리를 지적한다. 하지만 이건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 진실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작 <데이 앤 나이트>(2018)에서 묵직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줬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신작 <신문기자>가 일본 혹은 외국영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친구로서 공감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왜곡된 언론 환경, 가짜뉴스, 민간인 사찰 등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거기에 더해 <신문기자>는 단순히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선택과 자각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의 씨앗을 심는다. 일본의 다음 세대를 염려하며 오늘을 고민 중인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정치, 시사 분야가 낯설어 연출을 수락하기까지 고심했다고 들었다. 감독을 맡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우선 심은경, 마쓰자카 도리처럼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마쓰자카 도리는 내가 감독을 한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나 역시 궁금했다. 두 번째는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 때문이다. “정치에 흥미가 없는 너 같은 젊은 세대가 이걸 만들어야 와닿게 만들 수 있다”고, “피하거나 도망가지말고 함께 나아가자”고 설득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30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그동안 영화에만 매진하느라 정치, 시사 등 다양한 영역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이상 반드시 알아야 하고 필요한 영역인데도 말이다.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의 저서가 원작이다.

=정확히 원작이라기보다는 원안에 가깝다. 책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어떤 식으로 자랐는지, 어떻게 기자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다. 가와무라 프로듀서가 그걸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주요한 뼈대는 요시오카 기자(심은경)가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를 취재하는 내용으로 정리했다. 거기에 내각정보조사실 관료 스기하라(마쓰자카 도리)를 또 다른 축으로 세워 집단의 압력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인물을 창조했다. 스기하라는 나 자신의 반영이기도 했다. 극중 나이는 나와 동갑인데 일본에서 흔히 사토리 세대라고 부르는 연령대다. 주체적인 색이 뚜렷하지 않고 윗세대가 시키는 대로 하는 데 익숙해진 세대다. 투표 한번 해보지 않고 아버지가 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이 아버지가 되면서 세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다. 단순히 부조리한 사안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실이 반영된 극적 드라마로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 전반부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준다.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기자, 정부 관료 등에 대한 취재를 많이 했다. 특히 일본 신문사 내부 작업 모습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등 한국과 사뭇 달라 흥미롭다.

=나도 이번에 와서 그렇게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오래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누군가가 일부러 예전 시대를 재현한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건 아니고 오히려 철저히 현재의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촬영을 대부분 실제 공간에서 진행했다. 신문사는 도쿄신문 본사다. 거기서 보면 국회의사당이 보이는데 그런 리얼리티가 중요했다. 신문사 장면은 대부분 망원렌즈로 몇 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찍었다. 그게 현재 미디어와 일본 국민의 거리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정치에 얼마나 흥미가 없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총리 관저 앞도 자주 나오는데 그 길은 촬영허가를 받기 힘들지만 끝까지 기다려 허가를 얻어냈다. 다만 총리 산하의 내각정보조사실은 완전히 창작이다. 어떤 경로로도 그곳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사실이 정부의, 그리고 그 기관의 성격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모노톤의 색감인데, 거대 조직 속 부품처럼 균일화된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

-143개라는 적은 상영관에서 시작해서 한달 동안 33만 관객이 들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일본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제작과정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찍기 전에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찍기로 결정한 뒤엔 굳이 왜 이제 와서 정치색을 드러내려 하느냐며 나를 멀리하는 분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고 나자 그분들이 제일 먼저 “이렇게 잘 만들 줄 알았다”며 반응이 바뀌었다. (웃음) 화가 나진 않는다. 다들 마찬가지고 나도 이번에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기 전까진 그랬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은 분명히 있고 다들 습관적으로 침묵을 강요받다가 이제는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번 영화처럼 작은 물결을 시작으로 큰 파도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

-2019년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보면 일본은 180개국 중 67위를 기록했다. 2009년 17위였으니 아베 정부가 들어선 후 50계단이나 하락한 셈이다.

=안타깝지만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수치를 아는 국민도 별로 없을 거다. 그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 제작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점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는 거였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언론이 어떤 식으로 통제되는지 매일매일이 취재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완성된 후 홍보를 하면서도 신문과 SNS에서는 소개가 많이 됐는데 TV방송국에서는 한곳도 다루지 않았다. 흥행 톱10에 들어서야 겨우 한줄 소개가 되었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방송이 <신문기자>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일본의 매스미디어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요시오카 기자 역에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했다.

=놀라운 배우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나는 여러 테이크를 찍는 타입인데 찍을 때마다 자기 안의 서랍에서 다양한 모습을 꺼내 보여줬다. 한번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너무 울다가 몸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었다.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서 카메라가 미처 그 움직임을 못 따라가 제대로 담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도 충실하고 디테일도 스스로 만들어왔다. 요시오카가 손 소독제를 바르는 습관이 있다는 건 심은경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과 준비성에 매번 감탄했다.

-영화의 모티브이기도 한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은 현재 어떻게 정리된 상태인가.

=미해결, 그리고 침묵이다. 보도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지금은 아예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함께 모른 체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침묵을 깨고 그에 대한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크고 작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6월 28일 개봉 후 2주 뒤 선거가 치러졌는데 그 결과를 보고 새삼 현실과 영화 사이엔 두꺼운 벽이 있다는 걸 절감했다.

-<신문기자>는 단순히 사회고발을 넘어 켄 로치 영화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변화를 바라는 종류의 영화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주변에서 영화로 인한 사소한 변화들을 느끼나.

=한편의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을 바꿀 순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민주주의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작동한다. 그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당장에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에 좋은 바통을 넘겨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자 한다. 이 영화가 그 고민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자기 몫을 충분히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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