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김도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1982년 평범한 가정의 1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지영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보편의 경험과 어려움을 담았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독박 육아’ 중인 30대의 김지영은, 종종 자신의 엄마나 외할머니 같은 주변 여성들의 인격에 빙의된 듯한 이상 증세를 보인다. 김지영의 생애 전반을 서술한 원작과 달리 영화는 지영의 현재에 집중하며 일상의 위기를 포착하고 있다. 의도와 별개로 만연한 무관심 속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제도적·문화적 불합리를 겪으며 소진된 김지영.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태의 그녀가 세대를 막론한 주변의 여성들을 떠올리고 정신적으로 깊이 이입한다는 설정은 영화를 통해 한층 더 현실적이고 애절하게 체감된다. 오빠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엄마 미숙(김미경)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영을 지켜보는 남편 대현(공유), 친정과 시댁 그리고 회사 동료들에 이르기까지 김지영과 그물을 이루는 구성원 중 누구도 공격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시선의 포용력도 미덕이다. 공감과 문제제기, 그리고 일말의 신파와 대중성을 골고루 겸비한 균형감각은 영화 매체의 파급력을 인식한 제작진의 선택으로서 존중받을 만하다. 분노하는 대신 현실을 적시하고, 상처에 머무르기보다 미래로 나아가길 택하는 차분한 수작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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