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늘, 우리>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2019-10-30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오늘, 우리>는 배급사 필름다빈의 장편 프로젝트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은 단편 네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2박 3일>은 2주년을 보내기 위해 찾아간 남자친구의 집에서 이별 통보를 받는 지은(정수지)의 3일을 그린다. 배우 조은지의 연출작으로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개성 있게 풀어내는 연출과 각본,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정수지의 연기가 돋보인다. 5월14일, 민정(이상희)의 생일이자 동생의 결혼식날이다. <5월 14일>은 생일 축하는커녕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민정의 하루를 따르는데,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그리며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이상희라는 배우의 힘을 확인하게 만든다. 일방적인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수진(조민경)은 첫 출근을 위해 구매한 정장을 환불하려 한다. 캐리어 한가득 짐을 싣고 거리를 배회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의 걸음은 꽤 당차다. 핸드헬드 기법만으로 촬영한 <환불>은 수진 역을 소화한 조민경의 호연을 공들여 조명한다. 혜리(윤혜리)는 학교 내 부조리를 참을 수 없어 대자보를 붙이고, 민영(이민영)은 목소리를 더한다. 대다수가 걷고 있는 방향과는 반대지만, 옳은 일이기에 외면할 수 없다. 흑백 화면을 가득 채운 윤혜리와 이민영의 다부지고 영민한 얼굴과 곽은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대자보>의 주된 질료가 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될 수 있는 네 작품은 모두 뚝심 있는 연출과 주요 배우들의 연기를 목도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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