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 내털리 포트먼, 지나 데이비스, 케이트 블란쳇, 리즈 위더스푼…. 출연자 이름만 보면 이런 블록버스터가 없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급 배우, 감독, 제작자의 입을 통해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다. “신인 때 여자친구 역을 맡으며 생각했죠. 거머리처럼 살아남아서 이 판을 뒤집어버리겠어.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겠어.”(케이트 블란쳇) “세상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내 몸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상상해보세요. 어릴 때부터 객체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내털리 포트먼) “디렉팅을 줄 테니 무릎에 앉으라는 감독도 있어요. 톰 행크스도 감독 무릎에 앉나요?”(샤론 스톤)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는 고발에서 나아가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와 행동이 어떻게 현실을 바꿔놓았는지에도 주목한다. <델마와 루이스>(1991)의 지나 데이비스는 미디어젠더 연구소를 설립해 각종 유의미한 통계 자료로 할리우드의 차별적 현실을 지적하고, 리즈 위더스푼은 제작사를 차려 여성의 이야기를 만들고, 여성감독들은 할리우드의 ‘편파적’ 고용 관행에 법적으로 문제제기해 성과를 이루어냈다. 방송국 내 90%에 가까웠던 백인 남자 비율을 50%로 바꾸는 고용 다양성을 실행한 방송사 <FX>의 사례도 흥미롭다. 한국판 <우먼 인 할리우드> 혹은 나라별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흥미진진한 영화산업 보고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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