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윤희에게> 윤희가 온전한 사유와 그리움에 잠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곳
2019-11-13
글 : 김소미

윤희(김희애)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왜일까? 그녀는 어쩌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까지 외롭게 만들어버렸을까.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윤희에게>는 남편(유재명)과 이혼하고 고등학생 딸 새봄(김소혜)과 살아가는 윤희의 삶에 편지 한통을 띄운다. 오타루에 사는, 오래전 친구로부터 날아온 그 편지는 잠들어 있던 감정을 일깨우고 곧이어 모녀를 계획에 없던 여행으로 이끈다. 자기 정체성을 감추고 뒤로 물러서는 데 익숙해져야 했던 여성 윤희가 온전한 사유와 그리움에 잠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곳, 그곳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설경의 도시다. 이제 막 사랑을 배우고 자립을 익혀가는 딸과 사랑의 상실을 복기하는 엄마는 그렇게 타지에서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는 동시에 고대하던 누군가와의 재회를 기다린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찰리 채플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던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와 마찬가지로, 감독은 삶의 호시절이 지나가버린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탐구와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완고했던 시대를 통과한 수많은 ‘윤희들에게’ 긍정할 만한 용기를 건네는 영화다. 분노 대신 체득과 치유의 정서를 택한 영화는, 고독을 직시하면서도 사람의 아름답고 선한 마음을 향해 믿음을 잃지 않는다. 성취해야 할 주제를 향한 강박 없이 영화 전체를 감싸는 침착한 집중력이 돋보이고, 종종 틈입하는 엇박의 유머가 기분 좋게 긴장을 이완시킨다. 깨끗한 감각이 돋보이는 배우 김소혜의 발견과 더불어 배우진의 조화가 만드는 안정감도 작품 특유의 매력으로 남았다. 특히 <허스토리>(2017) 이후 스크린에서 다시 한번 괄목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는 김희애는 이국의 풍경처럼 낯선 얼굴로 다가와 관객 각자의 기억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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