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닥터 슬립> 스탠리 큐브릭만의 독특한 공포 세계와 ‘샤이닝’ 능력자들의 세계 모두를 계승한다
2019-11-13
글 : 김현수

오버룩 호텔, 레드럼, 토니. 이 단어들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을 것이다. <닥터 슬립>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의 뒤를 잇는 속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동명의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 오버룩 호텔 관리인으로 취직한 아빠 잭(잭 니콜슨)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겼던 아들 대니(로저 데일 플로이드, 이완 맥그리거)는 ‘샤이닝’이란 능력을 숨긴 채 술과 약에 취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존재감만으로 위치를 알아내거나 유체이탈, 염력, 순간이동 등 온갖 능력을 지닌 소녀 아브라(카일리 커란)로부터 어떤 신호를 듣게 된다. 하지만 대니와 아브라처럼 샤이닝 능력을 지닌 아이들만을 골라 영혼을 먹어버리는 포식자들과도 연결이 되는 바람에 위기에 처한다. 포식자들의 우두머리인 로즈(레베카 퍼거슨)에게 목숨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니와 아브라는 비장의 덫을 준비한다. <닥터 슬립>은 스탠리 큐브릭만의 독특한 공포 세계와 스티븐 킹이 상상해낸 그 날 이후 ‘샤이닝’ 능력자들의 세계 모두를 계승해야 하는 과제를 기가 막히게 완수해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의 앵글과 클로즈업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를 음악과 편집의 극대화로 살려내고, 스티븐 킹 소설 세계의 개성은 슈퍼히어로영화들이 다루는 전형적인 플롯을 도입한 각본에 녹여내는 전략을 취한 듯하다. <샤이닝>의 공간을 미술과 CG로 되살려내는 시도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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