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하의 바람> 주인공 영하의 10대 시절을 순차적으로 따라간다
2019-11-13
글 : 이주현

12살의 영하는 이혼을 하고 새 출발을 하려는 부모로부터 잠시 버림받는다. 15살이 된 영하는 엄마 은숙(신동미)과 새아빠 영진(박종환)과 단란하게 살아가지만,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단짝 사촌 미진과 이별해야만 한다. 수능을 마친 19살의 영하(권한솔)는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게 된다. 믿었던 가족으로부터 당한 사건은 한겨울의 바람에 살을 에듯 쓰라리다. 이후 영하네 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영하의 곁엔 미진(옥수분)이 남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조합상을 수상한 <영하의 바람>은 주인공 영하의 10대 시절을 순차적으로 따라간다. 영화는 영하의 성장통인 동시에 미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영하와 미진의 성장을 재촉하는건 크고 작은 시련이다. 버림받고 체념하고 적응하기의 과정을 통해 소녀들은 어른이 되어간다. 성장영화의 외피 안에서 영화는 가정 내 성폭력 문제 또한 가볍지 않게 다룬다. 의식하지 못한 채 서서히 진행되는 가정 내 성폭력의 특성을 보여주는 방식은 영화의 시간적 구성과 잘 맞물려 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열아홉 영하와 미진의 홀로서기를 희망이나 절망으로 쉽게 명명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별함이다. 신동미와 박종환의 노련한 연기와 권한솔과 옥수분이라는 신인배우의 발견도 만끽할 수 있다. 단편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 있었던 거지?>(2013)를 만든 김유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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