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제2회 김포청소년영화제 조성륜 집행위원장 - 포커스는 청소년에 있다
2019-11-21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1회 때부터 ‘영화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조성륜 김포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제보다 ‘청소년’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싶다. 아이들이 또래 집단과 협업하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담담하지만 진중한 목소리를 이어가는 조 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0년 이상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을 맡아온 경험을 밑바탕으로, 김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수업을 진행하던 것이 발단이 되어 김포청소년영화제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포청소년영화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원래 마포에서 지역문화공간 동네미술관을 운영하다 6년 전에 김포로 왔다. 김포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무료로 영화학교를 열었다. 매해 1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마땅히 출품할 영화제가 없었다. 청소년영화제가 생기면 또래 청소년들과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자극제가 될 것이고,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긍정적인 호응을 받으며 얻는 에너지가 분명 있으리라는 생각에 직접 개최하게 되었다.

-올해 2회를 맞이했는데, 예년에 비해 규모가 확장됐다.

=그렇다. 1회 때는 9월에 김포아트빌리지에서 이틀간 열렸다. 김포에서도 전국 단위 행사가 처음이었음에도 반응이 좋았다. 내 입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포아트빌리지 관계자들이 직접 이야기해주시더라. (웃음) 올해는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김포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역배우 심현서·주예림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문화기획 관련 일을 10년 넘게 지속해서 쌓은 경험치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차근차근 2회 영화제를 준비했다.

-청소년 집행위원과 운영위원이 눈에 띈다.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참여시킨다는 게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10년 후에도 내가 집행위원장 자리에 있기보다 이런 자리에서 함께 영화제를 만들어갈 학생들을 육성하길 원한다. 성인들의 주장이 너무 강하면 그 사이에서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 같아 회의도 따로 진행한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지켜주고 싶다. 예를 들어 리셉션 파티를 할 때도 청소년 운영위원들에게 금액을 정해주고 원하는 대로 음식도 시키고 공간도 조성해보라고 얘기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싸울 수도 있고, 어른들이 준비한 것에 비해 서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역할을 찾고, 맡은 업무를 하며, 성취감을 느끼길 바란다.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포스터 속 김포의 야생동물들을 스케치하고, 포스터도 직접 디자인했다고.

=포스터 디자인이랑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얼리 디자인을 배웠다. 포스터 디자인을 직접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모든 것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해에도 직접 상패를 제작했고, 올해도 그럴 예정이다. 상패는 하나의 긴 가지를 토막내 만들었다. ‘하나’의 가지에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포스터 속 야생동물들은 모두 김포에서 볼 수 있는 종이나 아이들과 촬영하며 만난 동물들이다.

-내부에서 평하는 작품 경향에 대해 개괄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김포의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함께하는 시민예선심사단도 있고 예선 심사위원도 있다. 본선으로 올라오면 본선심사위원 7명이 최종 선정을 하고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을 거친다. 1회 때도 지금도 대다수 작품의 주제는 ‘왕따’와 ‘자살’이다. 사실 주제가 너무 어두운 게 아닌가 걱정도 됐는데, 영상 교육을 오랜 기간 해온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학생들이 당면한 스트레스를 영화로 분출하며 일종의 연극치료 효과가 있다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해주시더라. 물론 색다른 주제를 그리는 학생들도 있다.

-포럼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5개의 주제를 정하고 발제자를 모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우리는 영상 언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국에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내고 비용을 투자해서 영상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전국영화교육연구회’를 함께 만들었고, 전국에서 100여명 정도 참여하고 계신다. 각자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가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포럼 주제를 잡았다. 서대문구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도 함께한다. 한달에 한편씩 청소년이 보면 좋은 영화를 선정하고 교육하는 단체다. 포럼에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만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워 페이스북 라이브로 송출할 계획이다.

-마스터클래스로 ‘3D 무비메이킹’과 ‘드론항공촬영’을 준비했다.

=‘드론항공촬영’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임홍갑 김포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드론촬영 분야에서 유명하다. 드론촬영 강사를 양성하는 강사직도 맡고 있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3D 무비메이킹’은 알라릭 하마커 광운대학교 스마트시스템학과 교수가 진행해주기로 했다. 공학박사이자 영상 전문가인데, 네거티브필름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3D영화 메커니즘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현직의 전문가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큰 자극이자 경험이 될 것 같다.

-김포시 한강하구에서 진행되는 ‘생태시네마로케이션’은 신선한 시도다.

=20년 이상 새들을 촬영하고 보호 활동을 해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협회 이사장님이 투어를 진행한다. 앞서 내가 디자인한 올해 포스터에 등장하는 김포의 야생조류 중 재두루미는 전세계를 통틀어 5천여마리밖에 없는 희귀종이다. 그중 한 가족이 김포에 들른다고 하더라. 꼬리가 흰색인 흰꼬리수리, 부리가 주걱 모양인 저어새 역시 김포에 서식하는 희귀 야생조류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프로듀서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현직 영화인들과 김포청소년영화제 수상자 등이 함께할 계획이다. 영화제를 계기로 관련 촬영을 준비하던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희귀 조류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영화제뿐 아니라 상영회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김포에 영화관이 5곳 있는데, 우리가 꼭 봐야 하는 영화들을 상영하지 않는다. 단 한 군데서도 상영하지 않는 게 너무 의아해서 극장에 문의를 한 적도 있다. 결국 직접 상영회를 열어야겠다 싶더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협업해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_김포정기상영회’를 4월부터 11월까지 메가박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CGV김포를 대관해서 <김복동>(2019) 상영회를 가졌고, 이후 <벌새>(2018), <메기>(2018) 등을 상영하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영화제를 만들고 싶나.

=김포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김포청소년영화제가 좋은 추억의 한축을 담당했으면 좋겠다. 김포에서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있다는 걸 김포 시민들도 체감하게 된다면 ‘우리 영화제’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추후에는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해서 청소년들에게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 국제영화제의 기준에 맞추는 일은 차분히 생각해나가겠다.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만 달려간다면 처음의 마음가짐이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