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집 이야기> 오래된 집의 구석구석처럼 디테일로 가득 찬 영화
2019-11-27
글 : 김소미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 새집을 구해야 하는데 신문사 편집기자인 은서(이유영)는 쉽사리 새집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려 한다. 이곳도 저곳도 다 내 집이 아닌 것 같아 결국 임시거처가 필요해진 그녀는 아빠 진철(강신일)이 홀로 살고 있는 인천의 고향집에서 잠시 머물기로 한다. 재혼 후 제주도에서 행복한 신혼을 즐기는 엄마(서영화)와 육아로 바쁜 언니는 진철과 소원한 지 오래. 영화는 집을 매개로 물리적 거리를 좁힌 부녀가 자연스레 마음의 온기까지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집 이야기>는 오래된 집의 구석구석처럼 디테일로 가득 찬 영화다. 재회한 가족 구성원이 오랜 갈등과 상처를 다시 마주보게 되는 가족드라마 장르가 더이상 새로워지기는 어렵다는 예상 속에서도 영화가 뚝심을 잃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평생 24시간 출장 열쇠 일을 해온 진철을 중심으로 열쇠와 문고리, 창문과 달력 등 안락한 보금자리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릴 상징과 소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파가 부각될 수 있는 후반부에서도 그동안 쌓아둔 인물의 작은 특성들을 활용해 눈물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힘이 있다. 이 조밀함이 때로는 서사를 강박적으로 감쌀 때도 있지만, 대체로 감독과 작가의 사려 깊은 배치로 다가온다. 가족과 집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따뜻하고 단정한 만듦새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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