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빠는 예쁘다> 누구 한명이 힘들다고 말하기보다 소통의 부재를 짚어보고자 한다
2019-11-27
글 : 이화정

50대 덕재(김명국). 바쁜 생활 속에 문득 돌아보니 회사에서는 실적 못 올려 핀잔 듣는 구성원, 집에 오면 아내와 딸과 대화 한마디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다. 축 처진 어깨를 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덕재가 도착한 곳은 ‘하와이 클럽’. 성소수자들의 아지트이자 여장을 한 남성들이 찾는 이곳은, 덕재의 회사 직원들에게도 기피의 대상이다. 영업 실적 때문에 할 수 없이 이곳을 찾은 덕재는, 그들처럼 여장을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또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재능과 자존감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아빠는 예쁘다>는 자존감을 잃은 남성들이 스트립쇼를 하며 에너지를 찾아가는 <풀 몬티>와 비슷한 구조를 띠는 영화다. 다른 곳에서 무능력했던 덕재는, 하와이 클럽에서만큼은 ‘제법 잘 어울리는데요’, ‘잘하는데요’라는 격려를 들으며, 자신이 그동안 많이 고독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 곳에서 만난 하와이 클럽을 운영하는 매니저 승준(백서빈)은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비밀리에 여장 남자로 활동하면서 겪는 상처도 크다. 덕재는 받기만 하는 대신 승준과 클럽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클럽에 드나들며,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 아빠를 딸 정아(손민지)가 추적해나가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영화는 누구 한명이 힘들다고 말하기보다 소통의 부재를 짚어보고자 한다. 다들 감추고 있어서 몰랐던, 켜켜이 쌓인 오해들이 밝혀지는 순간, 소원했던 관계에 소통의 공간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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