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개인의 일대기를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2019-12-04
글 : 이주현

영화가 시작되면 관람의 이해를 돕는 자막이 뜬다. “이 영화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부터 해방과 분단, 제주 4·3항쟁,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 자주독립과 하나된 조국을 꿈꾸었던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여성의 삶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20년 상하이로 망명한 뒤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했던 독립운동가 정정화(1900~91). 제주 4·3항쟁 당시 무장대와 함께 한라산에 올랐고, 이후 일본에 터를 잡고 살아간 김동일(1932~2017). 한국전쟁 직후 지리산에서 3년간 빨치산으로 활동했고 광주에선 5·18을 겪은 고계연(1932~2018). 도처에 죽음의 기운이 뻗친 고난의 시대를 세 여성은 독립운동가로, 빨치산으로 살아왔다. 영화는 세 여성의 삶을 나란히 병치하고, 개인의 일대기를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킨다.

임흥순 감독은 꾸준히 ‘역사적 개인’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작가다. <비념>(2012)으로 제주 4·3사건을, <위로공단>(2014)으로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려행>(2016)으로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온 그는 이 영화에서 한 세기에 달하는 한국 현대사를 훑는다. 영화는 재연과 인터뷰로 세 여성의 삶을 전달하는데,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 중 일부가 북한이탈주민 여성이라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전시를 통해 그 일부가 먼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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