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감쪽같은 그녀> 2000년 부산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드라마
2019-12-04
글 : 임수연

다짜고짜 갓난아기를 업고 말순(나문희)의 집에 찾아온 공주(김수안)는 자신이 말순의 친손녀라고 주장한다. 경치 좋은 마루에서 고스톱을 치며 낭만을 즐기던 말순은 갑자기 나타난 12살 초등학생 손녀와 그 손녀가 동생이라며 데려온 어린 진주 때문에 일상이 꼬여만 간다.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그리 순탄할 리 없기에, 공주가 마트에서 증정용 기저귀를 공짜로 가져오려다 도둑으로 몰려 그를 변호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공주도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에게 반한 우람(임한빈)의 구애에 튕기랴, 자신을 질투하는 황숙(강보경)과 티격태격하랴 평범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싸우다 정들며 관계가 돈독해진다. 하지만 어린 진주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병에 걸리고 말순의 치매 증상이 시작되면서 공주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2000년 부산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드라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 배경은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가치들, 예컨대 가족이나 이웃과의 정을 상기하는 데 적절하다. 더불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는 태도가 미덥다. 아역 배우들의 매력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가운데 나문희와 김수안의 연기가 자칫하면 진부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휴머니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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